(희망+)(기업강국)(24)포스코에겐 `또 하나의 꿈`이 있다

by정재웅 기자
2009.03.31 11:10:01

포스코 "이젠 '친환경 보국'"..발전용 연료전지 '독보적'
포스코파워, 그린에너지 사업의 첨병..신기술 박차
"2018년까지 4조원 투자..차세대성장동력 육성"

[이데일리 정재웅기자] "김 실장, 연료전지 사업은 3년간 총 3000억원 정도 들어간다는데, 만일 실패하면 뭐가 남지?"

2005년 어느날,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 29층 회장실. 당시 이구택 회장은 김중곤 신사업실장(현 포스코파워 상무)과 마주 앉았다. 이 회장은 연료전지사업 진출여부 결정을 앞두고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김 실장은 긴장했다. 자신의 답변에 따라 포스코의 연료전지사업 진출이 판가름 나기 때문이었다.
 
"1500억원 정도는 유형자산이고 500억원은 기술제휴를 한 미국 FCE사에 지급됩니다. 그리고 1000억원은 과학자들의 연구성과에 지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부 설비 말고는 사실상 투자비용을 대부분 날릴 수도 있다는 대답이었다. 
 
돌아온 이 회장의 반응은 의외였다. "그래? 그럼 진행합시다. 우리가 실패하더라도 그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다른업체가 이어 받아 하면 결국 우리나라에 이득이겠구만"

포스코(005490) 정신이었다.
 
"내가 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이룬 것을 바탕으로 누군가가 성공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진행하라"는 포스코만의 독특한 기업문화였다. 

그로부터 4년. 포스코의 연료전지 사업은 벌써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실패는 커녕 오히려 가장 앞선 기술력을 확보해 국내 다른 업체들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의 대표적인 친환경 신사업은 연료전지사업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밝힌 3대 경영 화두에 '환경경영'이 포함될 만큼, 요즘 포스코의 친환경에너지 사업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다.

▲ 포스코파워 연료전지공장의 모습.
포스코는 지난 2003년부터 RIST(포항산업과학연구원), 포스텍 등과 함께 발전용 연료전지사업을 추진해 왔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수소와 공기중의 산소를 전기화학 반응시켜 직접 전기에너지로 만든다. 
 
에너지 손실이 없어 투입되는 에너지량 대비 발전량을 보여주는 발전효율이 47% 수준에 이른다. 일반 화력발전(35%) 보다 높은 것이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저감효과가 큰 것은 물론이다.

예를 들어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도시가스로도 연료전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또 쓰레기 등에서 나오는 가스도 재활용해 전기로 전환, 사용할 수 있다. 거의 무공해 전기생산시설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발전소에 비해 연료전지 발전소는 그 크기가 매우 콤팩트하다. 따라서 건물의 옥상이나 선박 등에 자유롭게 장착할 수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대형호텔 옥상에, 일본에서는 각 가정 주변에 설치돼 각광을 받고 있다.


아직 미개척 분야인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에서 포스코의 성과는 점차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미 2006년에서 지난해까지 250kw(남동-분당 등 4기), 300 kW(중부-보령 등 2기), 2.4 MW(Natura Power-군산, HS이앤피-전주 등 3기) 등 총 8.8MW를 공급했다.
 
또 올해에는 4.8 MW(MPC-순천, 남부-인천/부산 등 2기), 2.4 MW(GS EPS-당진, 동서-일산, 포스코파워-인천 등 3기), 5.2 MW(SH공사노원(2.8MW)·목동(2.4MW)열병합발전소 내) 등 총 22MW를 공급할 계획이다. 
                                                                                                                   
▲ 포항 포스코파워 연료전지공장 내에 설치한 2.4MW급 포스코 퓨얼셀 5호기의 모습.

지난해에는 포항 영일만 배후산업단지에 연간 50MW 규모의 발전용 연료전지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공장을 준공, 상용화 생산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하루 500톤의 생활폐기물을 연료화 해 시간당 1만2000㎾의 전기를 생산하는 시설 설치사업을 포항시와 같이 한다. 

아울러 부산광역시에서 수거한 하루 900여톤의 생활폐기물을 금속류와 비닐, 나무, 종이 등 가연성 폐기물로 나누어 금속류는 재활용하고 가연성 폐기물은 발전소 연료로 사용, 시간당 2만5000㎾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재 국내 대형 선박업체와 발전용 연료전지 설비 설치 계약이 거의 완료된 상태다.
 
이렇게 되면 이젠 선박에서도 운항시 소비되는 가스를 이용, 선박 내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발전용 연료전지의 장점이 십분 활용된 대표적인 예가 되는 셈이다. 

또 최근에는 일본으로부터 한 대형 전자업체 공장에 총 11.2MW를 공급하는 발전용 연료전지 설치 요청을 받았다. 이에 따라 포스코파워는 내년에 제작에 돌입, 오는 2011년에 공급하는 1000억원 규모의 수주를 따내기도 했다.

김중곤 포스코파워 연료전지부문 상무는 "오는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화에 나설 것"이라면서 "현재 국내외 업체들이 2세대 발전용 연료전지 개발에 주력하고 있지만 포스코파워는 이미 그 단계를 넘어서 향후 독보적인 3단계 발전용 연료전지로 세계시장을 석권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그마한 연료전지 발전시설이 커다란 특급호텔에서 사용되는 전기를 모두 생산하고 남을 정도라니, 기술만 확보하고 있다면 이만한 사업이 없다. 따라서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은 신기술이 사업성패의 관건이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크게 1세대에서 3세대로 나뉜다. 1세대인 PAFC는 이미 88년에 개발. 지난 92년에 상용화됐다. 2세대인 MCFC는 지난 96년 개발돼, 2001년 상용화된 것으로 포스코파워의 현재 주된 기술이 바로 2단계 기술이다. 3단계는 전세계적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다.

▲ 포스코파워 옆 포스콘 공장에선 발전용 연료전지 설비 중 하나인 MBOP제작이 한창이었다.
포스코파워가 현재 상용화하고 있는 발전용 연료전지 기술은 미국FCE사로부터 들여온 것이다. 하지만 포스코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기술이전을 전제로 계속적인 국산화 노력을 기울여 현재 45% 가량을 국산화했다. 오는 2012년까지는 100% 국산화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아직 개발단계인 3단계 발전용 연료전지인 SOFC사업에 대해선 총 5개년 계획을 세워 오는 2012년 상용화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는 2단계가 진행 중으로 포스코파워가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발전용 연료전지사업에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가장 뛰어난 신기술과 설비를 해외로 전량 수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즉, '친환경 보국'이 현실화 되는 것이다.

김 상무는 "포스코는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에 지난해까지 총 1500억원을 투자했다"며 "올해부터 2013년까지는 총 1조7000억원, 2014년부터 2018년까지는 총 2조2000억원 등 약 4조원 가량을 투자해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을 포스코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을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