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그들은 바다로 갔다(3)

by조선일보 기자
2008.10.16 12:05:02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포구, 대명항
여행하는 박종인, 뷁과 함께 떠났다

[조선일보 제공]
박물관에서 길 끝으로 50m만 가면 덕포진(德浦鎭)이 나온다. 덕포진이 뭔가. 조선 선조 때 건설된 군사요새, 그리고 지금은 아늑한 주말 나들이 장소요, 살아 있는 역사교육장이다. 또 권력자의 횡포로 억울하게 죽은 뱃사공 손돌의 전설이 스며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신미양요와 병인양요의 공간, 덕포진. 지금은 아늑하다 못해 은밀하기까지 한 비밀의 정원으로 변했다

고종 3년(1866년) 9월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문수산성과 강화성을 공격해 많은 피해를 주고 철수하다 이곳에서 별군관 이기조가 이끄는 부대 요격을 받고 혼비백산 도주했다. 또 신미양요(1871년) 때는 강화 광성보와 함께 미국 해병대 공격을 합동 격퇴했던 곳이다. 그 군사요충지에 1989년 야외공연장, 야영장, 체력단련시설이 있는 청소년 수련장과 덕포진 전시관이 만들어져 살아 있는 역사교육장 역할을 하고 있다.

바다를 향해 늘어선 포대 자리는 들풀이 무성한 오솔길이 됐다. 교육박물관을 찾은 가족들이 이 오솔길을 걸으며 주말을 즐기는 풍경이 많이 보인다. 흙 밟을 기회가 드문 도시 어린이들에게 붉은 황톳길, 우리 꽃, 우리 역사를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는 썩 괜찮은 장소다.

덕포진과 강화도 사이 좁은 해협 이름이 ‘손돌목’이다. 슬픈 사연이 있는 바다다. 사연인즉,

고려 고종이 몽고군 침입으로 강화도로 피신하던 날이었다. 손돌이라는 뱃사공이 뱃길을 안내했다. 강화도 광성보 앞바다를 지나자 물살이 험해지며 배가 나가지 않았다. 피난길에 있던 초조한 왕은 손돌을 몽골 첩자로 여기고 그 자리에서 처형하고 말았다. 그때 손돌이 하염없이 울며 이리 말했다. “소인은 죽사오나, 뱃길 앞에 바가지를 띄우고 그 바가지가 떠가는 대로만 가면 저절로 뱃길이 트일 것이나이다.”

과연 바가지를 따라가니 뱃길이 열렸다. 왕은 잘못을 깨닫고 크게 뉘우쳤다고 했다. 그 뒤로 사람들은 덕포진 앞 좁은 물길을 손돌목이라 불렀고, 산에는 지금도 손돌이 묻힌 무덤이 남아 물길을 바라본다. 사람들은 해마다 손돌이 죽은 10월 20일쯤 큰 바람이 분다고 믿으니, 며칠 남지 않았다. 그 바람을 손돌 바람이라 한다. 

▲ 강화도와 김포 사이의 해협, 손돌목. 충심 깊은 사공의 억울한 사연이 흐르는 바다다.




포구 기행은 끝났다. 하지만 시간이 더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공간이 있으니 바로 애기봉(愛妓峰)이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북한 땅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포구에서 나와 서울~강화 48번 국도로 강화쪽으로 가면 하성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애기봉 이정표가 나온다. 시골길을 한참 들어가면 아늑하기 짝이 없는 도로가 나오고, 그 끝에 검문소가 나온다. 신분증 확인 후 주차료 2000원을 내고 들어간다. 거기에 강이 있고, 그 건너에 이북 땅이 있다. 정확하게는 황해북도 개풍군이다.






사진에서 알 수 있듯, 오솔길이 다 보일 정도로 나무가 없는 민둥산 아래에 논이 펼쳐져 있고, 그 뒤로 아파트들이 우뚝우뚝 솟아 있다. 산 너머에 개성이 있다. 이 아파트들, 1980년대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애기봉에서 남조선 인민들이 자기들을 구경한다는 걸 깨닫고서 서둘러 지은 게 이 아파트들이다. 열 집 가운데 세 집은 비어 있는, 유령의 아파트다. 강에 접하는 곳에 대전차 방벽을 콘크리트로 해안선 따라 세워놓았다. 애석타, 강 하나 건너면 갈 수 있는 곳. 오로지 눈으로만 방문할 수 있는 곳, 거기다. 마침 기러기 한 쌍이 강을 건너 그리로 날아가는데, 왜 그리 섭섭한지 알 수 없었다. 이번 주말 나들이는 여기에서 종료. 삶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대명포구에서, 추억 속으로 당신을 인도할 사랑의 교실, 그리고 가슴 먹먹한 강 건너 개풍까지.


▲ 기러기 한 쌍, 강 건너 개풍으로 날아갔다.



▲ :올림픽대로 끝부분인 개화로타리에서 48번 국도를 타고 강화쪽으로 가다가 17.6km 지점인 누산리에서 양촌 방면으로 P턴→대곶,대명 방면. ‘초지대교’ 이정표를 따라가도 된다. 강북에서 올 경우 새로 만든 신일산대교를 건너면 빠르다. 유료 다리라 2000원이 필요하지만, 교통 체증이 없다.


▲ :대명초등학교 사거리에서 석정 방면으로 우회전. 포구에서는 좌회전이다. 왼쪽에 진천정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덕포진은 메인도로가 아니라 이 식당 앞 작은 길로 들어가야 한다. 길이 하나이고, 이정표가 곳곳에 있으니 찾기는 문제 없다.


▲ 지도

 
▲ :대명포구 여행의 덤! 덕포진에서 나와 초지대교쪽으로 가다 보면 왼쪽에 ‘약암홍염천관광호텔’이 보인다. 소금기 머금은 붉은 온천수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입욕료는 주중에는 5000원, 주말에는 6000원이다. 그리고 객실은 숙박만 아니라 ‘대실’도 한다고 하니, 이유는 묻지 않겠지만, 잠깐 쉬었다 가고 싶은 사람들이 이용하면 되겠다. 또 하나, 승용차가 없는 사람은 5호선 송정역에 내리면 3번출구에서 이 호텔 셔틀버스가 대기중이다. 배차시간은 홈페이지 셔틀버스 운행 안내를 참조할 것. www.yakam.co.kr. (031)989-7000

▲ :www.dpjem.com. (031)989-8581. 입장료 성인 2500원, 초등학생 1500원.

▲ :복잡한 뒷길도 있지만 처음부터 서울~강화를 잇는 48번 국도로 나가는 게 마음이 편하다. 48번 국도를 탄 후 강화 방면으로 가다가 하성삼거리에서 이정표를 보고 우회전한다. 복잡한 시골길을 거쳐 이정표 보고 갈 것. 주차비 2000원, 출입신고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