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 충격에 유가족 실신까지…4대 종단 "2차 가해 멈추라"

by장영락 기자
2022.12.22 10:29:22

불교·원불교·천주교·기독교 4대 종단 '이태원 유가족 위한 호소문' 발표
"희생자 향한 무차별 혐오, 비하, 모욕"
"모욕적 언어폭력 멈추라" 정부에도 유가족 보호 촉구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첫 조사를 시작한 가운데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 종교계까지 나서 2차 가해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인근에 보수단체 신자유연대 차량에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천주교예수회 인권연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4개 종단 종교인들은 21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종교인들의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158개의 별들이 이태원 하늘 위에서 빛을 감췄다. 충격과 공포에 놀란 국민들의 탄식은 하늘에 사무치고 사랑하는 자식 잃은 부모들은 비탄과 절망 속에 몸조차 가누지 못하고 울부짖고 있다”며 참사에 대한 비통의 심정을 전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 희생자를 향한 입에도 담기 힘든 무차별적인 혐오·비하·모욕이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분향소를 지키며 고통을 삼키고 있는 어느 희생자의 어머니가 면전에 쏟아지는 조롱에 충격을 받아 실신하는 사건까지 생기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유가족의 곁에 서서 모든 정성과 역량을 다해 신앙적 의무를 다할 것을 다짐한다”며 “유가족은 우리와 서로 없어서는 살지 못할 소중한 이웃이자 가족이다. 비하·질책과 책임 전가 비난과 조롱 등의 모욕적인 언어폭력을 즉각 멈출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차 가해에 대한 당국의 책임있는 대응과 정부의 유가족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 조치도 촉구했다.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이태원광장에 설치 중인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분향소 인근에 보수단체가 설치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뉴스1
이태원 광장에 마련된 시민분향소 인근에는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들이 현수막 등을 설치한 채 유가족 단체를 상대로 항의 시위를 벌이다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들은 보수단체 회원들이 희생자들을 조롱하는 극언 등을 했다며 정부 대책도 요구하고 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확성기로 떠들어 댔는데 (경찰이) 말리지도 않고 우리를 못 가게 말리고, 부탁드린다. 신자유연대, 철수시켜달라“며 당국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신자유연대 측은 이를 부인하며 이 대표를 도리어 고소한 상태다. 유가족 단체는 신자유연대를 상대로 맞고소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