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걸어 잠근 美, 캐나다·멕시코 국경 통제 유지

by김무연 기자
2021.07.22 09:52:17

내달 21일까지 제한조치 연장
바이든, 메르켈 여행 제한 완화 요청에도 즉답 회피
델타 변이 확산 우려… 美 확진자 일주일 간 54%↑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유럽, 캐나다 등에서 여행 제한 완화 요청에 미국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인도발(發)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확진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탓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그랜드 센트럴 마켓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사진=AFP)
21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의 육로 이동 제한을 8월 21일까지 연장했다. 미국은 지난해 3월부터 필수적인 목적이 아닌 경우 캐나다, 멕시코로부터의 육로 이동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 조치를 매월 갱신해왔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육로 이동 제한 연장 조치에 대해 “우리는 다른 나라의 조치가 아니라 건강 및 의료 전문가의 지도를 따랐다”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번 주에 여행 제한과 방문객의 백신 접종 의무화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한 새로운 고위급 회의를 열 예정이다.

앞서 유럽, 캐나다 등은 미국에게 여행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피력했다. 지난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유럽인의 미국 여행을 제한하는 정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일주일 내에 규제 완화 시기에 대해 보다 명확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캐나다 또한 내달 9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미국인의 입국을 전면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모더나, 화이자, 아스트레제네카(AZ), 얀센 등 캐나다 정부가 인정한 백신을 접종 완료한 미국인은 입국 시 14일간의 격리와 2차례의 감염 검사 의무를 면제한다. 이때에도 사키 대변인은 “어떤 호혜적은 의도를 가지고 사안을 검토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미국은 지난 19일 영국의 코로나19 경보단계를 ‘매우 높음’으로 상향 조정하고 영국 여행 금지를 권고하기도 했다. 영국은 델타 변이 확대로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자유의 날’을 선포하고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전면 해제했다.

미국이 국경을 좀처럼 열지 않는 까닭은 델타 변이 출현으로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CNN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최근 7일 간 미국의 하루 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만7055명으로 일주일 전보다 54% 증가했다. 2주 전 평균 확진자(1만3665명) 수보단 2.7배 늘었다. 신규 확진 사례 중 80% 이상이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국경 제한 조치에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페린 비티 캐나다 상공회의소 회장은 “미국의 움직임은 과학과 가장 최근의 공중보건 데이터를 무시하는 것”이라면서 “미국 내 여행이 제한되지 않는 상황에서 예방 접종을 완전히 마친 캐나다인의 미국 입국을 허용하는 것이 공중 보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