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또!” 북미회담·전대 겹친 한국당, ‘부글’…연기론 터져

by김미영 기자
2019.02.06 16:38:26

박관용 선관위원장 “8일 선관위서 일자 변경 논의”
1차 북미회담 여파에 6.13 지방선거 ‘참패’ 트라우마
홍준표·오세훈 “연기하자”…황교안 “일정대로”
심재철·주호영 등은 ‘경선룰도 재논의’ 압박 높일 듯

한국당 유력 당권주자인 홍준표 전 대표(왼쪽부터), 황교안 전 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2차 북미정상회담 날짜가 오는 27~28일로 확정되면서 자유한국당에 불똥이 튀었다. 새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27일 열기로 일찌감치 정해놨던 한국당은 북미회담에 가려 전대가 주목받지 못할 것을 우려, 전대 날짜 변경을 검토키로 했다.

당 선거관리위원장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6일 2차 북미회담 날짜 확정 직후 “국민적 관심사이자 당의 터닝포인트가 될 전대가 북미회담에 밀리면 의미가 없어진다”면서 “당 사무처의 실무적 검토를 거쳐 8일 선관위 회의를 소집해서 전대 일자 변경을 논의하려 한다”고 밝혔다.

날짜까지 못박았던 전대를 연기하는 건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한국당은 일산 킨텍스로 전대 장소 예약까지 마친 터라 연기 시엔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고, 봄맞이 행사가 이어지는 3월부턴 대규모 행사장을 잡기가 수월치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당에서 전대 일정 변경을 검토키로 한 데엔 이미 지난해 1차 북미회담의 여파로 당한 ‘수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6.1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두고 열린 1차 북미회담이 선거 참패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한국당에 퍼져 있는 인식이다. 이번엔 당내 선거지만, 내외신은 물론 국민적 관심이 온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쏠린다면 기대했던 전대 컨벤션 효과를 누릴 수 없으리란 게 한국당 계산이다.

이해당사자인 전대 대표 후보들도 앞다퉈 연기론을 펴고 나섰다. 일부 후보는 분노 섞인 속내도 감추지 않았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회담은) 한국당 전대 효과를 감살하려는 저들의 술책에 불과하단 걸 이번엔 국민들이 알았으면 한다”며 “5천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걸린 북핵문제조차도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삼으려는 저들의 책략에 분노한다”고 문재인정부와 북한 측에 화살을 돌렸다. 홍 전 대표는 “미북회담 일정 변경을 요구할 수 없으니, 당에서 전대를 한달 이상 미뤄 지방선거 때처럼 일방적으로 저들의 책략에 당하지 않도록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오는 7일 공식 출마선언을 앞둔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당의 중요한 행사가 북미회담이란 외부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연기론에 가세했다.

김진태 의원은 “미북회담이 하필 전대일이다. 지방선거 전날 1차회담이 열리더니 어떻게 이럴 수 있나”라며 “김정은-문재인정권이 그렇게 요청했을 것이고 미국에선 한국에 야당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것 같다”고 일주일 연기를 주장했다.

심재철·정우택·주호영·안상수 의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독재시절보다 못한 당으로 퇴보했다”면서 컷오프 전 TV 토론회 확대 등 경선룰 변경을 위한 룰미팅 소집을 요구한 데 이어, 연기론에도 힘을 실었다. 심 의원은 “정해진 일정이므로 그대로 가자는 것은 당의 부활과 미래에 대해 아무런 고민도 없는 기계적 반응”이라고 했다.

다만 황교안 전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가 판단을 하면 의견이 모아진 결과대로 따라가면 될 것”이라면서도 “선수가 경기 규칙을 이렇게, 저렇게 정해달라 이야기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거리를 뒀다. 황 전 총리 측은 이후 공식입장문을 내고 “27일에 맞춰 준비를 하고 있고 당의 행사이기 때문에 일정대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지만, 당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한다면 그 뜻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당장은 연기론이 대세이지만, 날짜 재조정은 후보들간 이해관계가 맞물려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력 주자로 꼽히는 황 전 총리로선 날짜가 미뤄질수록 타 후보들의 견제·공격을 견뎌야 하는 시간이 길어져 피로도가 쌓일 수 있다. 후발주자들로선 추격 시간을 벌어 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이번참에 룰세팅 변경도 강하게 요구하면서 협상판 흔들기를 시도할 수 있다.

한 후보 측 한 관계자는 “(문재인, 김정은정권이) 남의 집안 잔칫날에 금도를 안 지킨다”면서도 “이번에 후보 등록일만 늦출 게 아니라 룰 전체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