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상품가격 급등에 물가압력 고조

by김혜미 기자
2010.08.03 11:10:08

국제유가 등 상품값 급등..제품가격 인상될 듯
물가 상승·원화 강세·고금리 등 경제에 `악재`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국제 유가를 비롯한 상품 가격이 최근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를 계기로 글로벌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고 그간 재고 비축을 등한시했던 기업들이 앞다퉈 재고 매입에 나서고 있는 영향이 크다.

이에 따라 국내 물가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와 식품 가격이 모두 상승하면 국내 소비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올 하반기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WTI 변동 추이(출처 : CNBC)

국제 유가가 3개월 만에 처음으로 80달러선을 돌파하면서 시장은 앞으로 더 오를 것인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물 가격은 배럴당 2.39달러, 3% 오른 81.34달러에서 마감됐다.

수급면으로 볼 때 유가는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세계 2위 원유 생산사인 이란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고, 허리케인 시즌을 맞아 다음 달까지 멕시코만 일대에 허리케인이 빈번하게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반면 휴가철을 맞아 휘발유 수요는 늘고 있다.

이에따라 선물 시장에서는 추가 상승에 무게를 둔 베팅이 늘고 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펀드 매니저들의 원유 선물 매수포지션은 지난 5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구리와 알루미늄 등 원자재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철강제품 가격도 상승할 수 있을 전망이다. 중국과 중동 등 전세계 철강사들은 최근 철강제품 가격을 11% 가량 인상했다. 도이치증권과 UBS 등 외국계 증권사들은 정부의 가격 인하 압력에도 불구, 포스코(005490)가 제품가격 인하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 원당 및 밀 가격 등이 오르면서 국내 제품 가격도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뉴욕 시장에서 원당 선물 가격은 지난 5월 초 이후 50% 급등하며 파운드당 19센트선에 올라섰고, 시카고에서 밀 선물 가격은 지난 한 달간 38% 올랐다. 아라비카 커피 선물 가격도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제품가격 인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커피와 밀가루값 상승은 아직까지 알려진 바 없지만 설탕값은 이미 인상이 시작됐다. CJ제일제당은 이번 달 1일부터 출고가를 8.3% 인상했다. 2위 업체인 대한제당과 삼양사도 비슷한 수준의 인상폭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가상승 압력은 올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고유가 등 높은 원자재 가격이 원화 가치 상승 및 고금리와 더불어 기업 실적 악화를 불러올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올 상반기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를 기록했으나 올 하반기에는 3.0%, 내년 상반기에는 3.5% 등으로 상승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발표된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6개월 연속 2%대 상승세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