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 버핏, 美대선 `양다리 투자`

by하정민 기자
2007.08.08 12:21:31

6월 힐러리 후원금 행사 주관 후 15일 오바마 행사 주관
1명 공개지지 관행깨고 분산 투자 해 위험 최소화

[이데일리 하정민기자] 세계 3위 부자이자 `가치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미국 민주당 대선과 관련한 분산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블룸버그는 8일 버핏이 오는 15일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서 열리는 배럭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의 후원모금 행사를 주관한다고 보도했다. 오마하 아이언우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일반인들은 500달러에서 2300달러의 기부금을 낸다. 호스트의 경우 5000달러.

오바마 상원의원은 올해 2분기에 총 3310만달러의 후원금을 모았다. 이중 1030만달러는 인터넷을 통해 모금한 것이다. 

 

버핏은 이미 지난 6월26일 뉴욕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후원 행사도 주관한 경력이 있다. 이날 행사에서 힐러리는 100만달러 이상의 후원금을 얻었다.

버핏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 중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클린턴과 오바마 모두를 지지하고 있다는 의견을 줄곧 피력해왔다. 클린턴과 오바마 모두 민주당 정치 자금계의 큰 손인 버핏의 지원을 얻으려고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여왔다.



현재까지 버핏은 둘 중 하나를 지목해 지원하기보다 두 사람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두 후보 중 누가 대통령에 뽑혀도 최초의 여성 대통령,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상징성을 지닐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일찌감치 한 쪽에 베팅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버핏의 양다리 행보는 통상 가장 유력한 후보 1명을 선택해 `올 인`하는 미국 재계의 관행을 벗어나는 것이다. 또다른 금융 거물이자 `헤지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는 일찌감치 오바마에 대해 지지를 선언하고 헤지펀드가 몰려 있는 코네티컷 주 그리니치에서 오바마 후원금 모금 행사를 주관한 바 있다.

이런 버핏의 태도와 관련, 투자의 달인답게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선 가능성이 비슷한 두 후보에게 동시에 베팅해 어떤 경우에도 실패하지 않으려는 노련하고 노회한 투자가의 전략이 아니겠냐는 분석도 곁들여진다.

버핏은 민주당 후보 중 누구를 더 지지하느냐는 언론의 집요한 질문 공세에 아직까지 답하지 않았다. 지난 5월 인터뷰에서는 "클린턴과 오바마 두 사람 중 누가 대통령이 돼도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모범 답안만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