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상회의 '기후 피해 기금' 첫발…30년 숙원 해결

by이소현 기자
2023.12.01 10:03:48

개막 첫날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 공식 출범
'기후재난' 개도국에 금전적 보상 가능해져
UAE·독일 각 1억달러 포함 총 4.2억달러 확보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기후 재난 피해를 본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지난 30여 년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이해관계로 합의하지 못했던 숙원이 해결된 셈이다.

30일 두바이에서 열린 유엔 기후 정상회의 개막 기자회견에서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COP28 의장이 연설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막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이 공식 출범했다.

COP28 의장국인 UAE의 술탄 아흐메드 알자베르 의장은 “우리는 오늘 역사를 만들었다”며 “전 세계와 두바이에서의 우리의 노력에 긍정적인 추진력을 불어넣는 신호”라고 말했다.

이 기금은 개발도상국이 겪는 기후 재앙에 대한 선진국의 책임과 보상 필요성을 인정하고 기금을 마련해 지원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논의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다가 지난해 11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COP27에서 처음으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다.

지난 1년간 세부 사항을 놓고 충돌이 있어 합의안 도출이 어려웠던 가운데 이날 예상과 달리 COP28 개막 첫날에 기금 설립을 발표하면서 각 정부가 기금 기부를 할 수 있도록 포문을 열었다.

영국 BBC는 “가난한 나라들이 기후 피해 보상을 위한 30년 싸움에서 승리했다”고 로이터통신은 “COP28가 기후 재난 기금의 승리로 개막했다”고 평가했다.

알자베르 의장은 UAE가 기금에 1억달러(약 1300억원)를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최대 경제국인 독일도 1억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EU는 독일이 약속한 1억달러 기부금과 함께 추가해 총 2억4539만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은 5000만달러(약 650억원), 미국과 일본은 각각 1750만달러(227억원)와 1000만달러(약 130억원)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로써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은 4억2000만달러(약 5464억원) 이상을 확보하게 됐다.

기후 재난에 취약한 국가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아비나시 페르다사우드 바베이도스 기후 특사는 “힘들게 이뤄낸 역사적인 합의”라며 “기후 손실과 피해가 먼 미래의 위험이 아니라 전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이 직면한 현실 일부라는 인식이 반영된 합의”라고 평가했다. 바베이도스는 카리브해 섬나라로 해수면 상승으로 국민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기금 설립이 조기에 타결되면서 앞으로 2주간 열리는 회담에서 개별 국가들의 추가 기부 약속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스벤야 슐체 독일 개발부 장관은 “독일과 UAE가 의지와 능력이 있는 모든 국가에 기부를 요청하고 있다”며 “30년 전만 해도 개발도상국이었던 여러 국가가 이제 전 세계 기후 관련 손실과 피해에 대한 책임을 떠맡을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제니퍼 모건 독일 기후 특사는 “이제 우리는 전 세계 재고조사,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과 재생 에너지 구축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자금 조달 방법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며 기금 설립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르짓 싱 기후행동네트워크인터내셔널 글로벌 정치전략 책임자는 “재원 보충 주기가 정해지지 않은 것은 기금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폐 염증으로 이번 회담 참석을 취소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소셜미디어 X(엑스·옛 트위터)에 “참가자들이 특정 국가나 기업의 기득권보다 공동선과 자녀의 미래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가가 되길 바란다”며 “정치의 부끄러움이 아닌 고귀함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