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눈 떠보니 슈퍼스타"…엔터사 M&A가 어려운 이유
by김성훈 기자
2022.06.01 15:28:33
이정재·정우성 설립 회사 인수계약 철회
제조업과 확연히 다른 엔터사 투자 눈길
'벼락스타' 등극…기업가치 덩달아 출렁
아티스트 계약도 천차만별…변수도 많아
엔터사 투자 한 흐름…고난도 투자 분류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인수합병(M&A)을 진행하던 한 매니지먼트사 소속 연예인이 하루아침에 ‘글로벌 스타’가 됐다고 가정해보자. 헐리우드 러브콜이 쇄도하고 출연료가 단기간에 몇배나 껑충 뛰었다면 몸값 산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한가지 명확한 것은 매각 측과 원매자 양측 생각이 달라질 여지는 충분하다는 점이다. 매각 측은 ‘사람(아티스트)이 자산’인 시장 특성상 당연히 올라간 기업가치에 대한 재평가를 주장할 것이다. 반면 원매자 측은 예기치 못한 상황을 유동적으로 판단하고 기존 가격을 고수할 것이다. 일반 제조업 회사 투자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연예 매니지먼트사 투자의 특수성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 이정재(왼쪽)와 정우성이 19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에서 열린 제75회 국제영화제 ‘헌트’의 홍보를 위한 포트레이트를 찍고 있다. (사진=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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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컴투스(078340)와 위지윅스튜디오(299900)가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이 설립한 연예 기획사 ‘아티스트컴퍼니’ 인수 계획을 철회한 가운데 출렁이는 연예 매니지먼트사의 기업가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컴투스와 위지윅스튜디오는 지난해 12월 아티스트컴퍼니를 자회사로 두는 신생 법인 아티스트홀딩스(가칭)에 총 1050억원을 투자하고 경영권(지분 51%)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무난히 흐르는 듯 보였던 아티스트컴퍼니 인수는 5개월여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양측은 경영권 인수보다 각자의 경쟁력 도모가 더 났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위지윅스튜디오 측은 “당사자 간 글로벌 콘텐츠 사업 역량 강화 및 시장 확대를 위한 협의를 진행한 결과, 지분 투자보다 각자의 사업분야에 대한 독자적 경쟁력을 구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컴퍼니스튜디오 투자해제 합의는 일방적 해제가 아닌 당사자간 상호 협의하에 이뤄졌다는 점도 덧붙였다.
양측은 지난해 12월 투자합의서 체결 당시 법적 구속력을 갖는 ‘바인딩(Binding)’ 형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 유무가 사실은 큰 의미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양측이 합의서 체결 당시 구체적으로 어떤 조항을 넣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합의서 작성 시 ‘당사자 간 특이 사유가 발생했을 때 합의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성격의 조항을 삽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양측은 투자 논의 과정에서 예외 사항을 조항에 첨부했으며 해당 내용에 대한 비밀유지 조항까지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지윅스튜디오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밝힌 것과 같이 양쪽의 경쟁력 제고에 대한 이유만 있을 뿐이지 일각에서 제기하는 다른 이유는 다 잘못된 내용이다”고 강조했다. 당사자들의 설명과 달리 업계 안팎에서는 ‘경쟁력 제고’라는 이유로 인수 계약을 철회했다는 점에 의문부호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인수 당시 컴투스 측이 전략적 시너지를 높여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점을 떠올린다면 앞뒤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투자합의서 체결 후 5개월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느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정재가 출연한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대흥행 이후 아티스트컴퍼니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몰라보게 달라진 점을 이유로 꼽기도 한다.
실제로 이정재는 오징어게임 출연 이후 미국 배우 조합상 드라마 시리즈 부문 남자연기상 등 국제 시상식을 연거푸 수상하며 글로벌 인지도가 껑충 뛴 상황이다.
여기에 정우성이 제작에 참여한 ‘고요의 바다’의 호평, 이정재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 ‘헌트’가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 최초 공개되면서 국제적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결국 몇 달 새 확 달라진 분위기를 기반으로 밸류에이션에 대한 논의가 재차 불거졌을 수 있고 끝내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일반 제조업과 달리 아티스트 기반의 회사 투자 과정에서 나타나는 한 흐름이라고 평가한다. 하루 아침에 글로벌 스타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스캔들 등의 이유로 가치가 폭락하는 업계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아티스트컴퍼니와 같은 회사는 일반 제조업과 달리 어떤 아티스트를 보유했는지와 같은 ‘인적 경쟁력’이 중요하다”며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투자에 이견이 발생하고 갈등이 깊어져 소속 아티스트들이 이탈이라도 하면 투자에 의미가 없어진다는 점을 고려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이돌그룹, 유명 유튜버, 스타 강사 등이 모여 있는 온라인 강의 업체도 같은 맥락에서 보면 된다”며 “제품이 아닌 인적 자원 기반 회사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몸값이 크게 뛰거나 내릴 수 있어 투자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