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남봉미' 김정은 신년사..中 "외교적 수완" 美 "韓 긴밀접촉"
by이준기 기자
2018.01.02 10:36:54
中, 김정은 발언 상세히 긍정적으로 분석
美국무부 관리, '원론적 답면'으로 말 아껴
| 1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연설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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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이른바 ‘통남봉미’( 通南封美·미국을 배제한 남한과의 협상)로 대변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전날(1일) 신년사와 관련, 미국과 중국의 반응이 엇갈렸다. 중국은 김정은의 발언을 상세 분석하며 “외교적 수완을 보여줬다”고 나름 긍정 평가한 반면, 미국은 “한국과 긴밀히 공조할 것”이라는 다소 원론적인 반응만을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미 국무부의 한 관리는 1일(현지시간) 미국 본토타격 위협 등이 담긴 김정은의 신년사에 대한 논평 요청에 “우리는 북한에 대한 일치된 대응과 관련해 한국과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일 보도했다. 김정은이 한·미 동맹을 넘어 국제사회의 대북공조체제 균열을 도모할 것이 자명한 만큼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임할 때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관리는 또 우리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시사한 김정은의 신년사에 환영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선 “우리는 안전하고 성공적인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려는 한국의 헌신에 대해 확신한다”고만 답했다. 최근 우리 정부가 북한과 불법거래 의혹을 받는 선박을 적발한 것과 관련해서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고 유엔 제재 위반에 대해 조치를 취하는 한국의 지속적인 노력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만 했다.
반면 중국 관영 매체와 관변 학자들은 미국과 달리 김정은의 발언을 나름 세세하게 분석했다. 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자 자매지 글로벌 타임스는 김정은이 ‘외교적 수완을 보여줬다’며 평창올림픽을 앞둔 중요 시점에 한국을 향해 평화의 손길을 뻗쳤다고 썼다. 그러면서 “미국에는 일상적인 강경 발언을 늘어놓았다”며 “전문가들이 올해 1분기가 한반도 대화 복귀의 중요한 전략적 기점이라면서 이 기점을 놓치면 상황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왕성 지린대 교수는 “북핵위기 해결의 근간은 남북 간 긴장 완화이며 그런 뒤에 북한과 미국의 관계 변화를 추진할 수 있다”며 “아직 미국은 타협의 신호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했다. 다즈강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북한의 대부분 강경 발언은 미국을 향한 외교적 허세이자 연막탄”이라며 “김정은은 평창 올림픽이라는 기회를 잡고 한국의 제안에 긍정적인 방식으로 반응한 건 중국·러시아의 환심을 사고 북한이 동북아 슈퍼 정치 게임에서 지속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