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로서 안전주행 택한 현대차‥내실 다지고 기본기 강화

by장순원 기자
2014.01.02 10:42:00

내년 판매목표 4% 제시‥2003년 이래 가장 보수적
연비·안전성능 업그레이드‥신성장동력 투자확대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현대차그룹이 내실을 다져 험난한 경영환경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올해 경영계획을 내놨다. 연비와 안전성능 같은 기본기에 집중하면서도, 혁신적인 제품 기술력을 갖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겠다는 뜻이 담겨있다.

현대차(005380)그룹은 2일 올해 전 세계에서 786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작년 판매량(756만대)보다 4%가량 증가한 것이다.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2003년(2.3%) 이후 가장 낮은 목표치다. 올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작년보다 4~6%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의 올해 목표는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겨우 따라가는 정도다. 이미 10만대를 증설한 현대차 터키공장이 올해 풀가동하고, 연산 30만대 규모의 기아차의 중국 3공장과 현대차 중국 사용차공장도 조만간 완공된다는 점에서 매우 보수적인 수준이란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현대기아차 제공.
이는 현대차그룹이 예전처럼 공장을 증설하는 식으로 공격적으로 덩치를 키우기 보다 공장의 효율성을 높이고, 관리체계를 가다듬어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미 현대차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미국과 터키 공장에 3교대제를 도입해 최대생산량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미국이 돈줄 죄기를 시작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경고등이 커졌고, 엔저를 앞세운 일본차 업체들의 공세가 예상되는 복잡한 경영환경 속에 놓여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작년 말 해외 법인장 회의에서 “변화의 시기에 제대로 대응하는 업체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위기감을 드러낸 바 있다.

결국 내년 경영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은 것은 격변하는 환경속에서 몸집을 불리다가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그룹 수뇌부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조직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높여 민첩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대신 현대차는 자동차 본연의 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연비나 안전성능 같은 자동차의 기본기를 강화하는 길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아울러 차량의 기본적인 성능에 문제가 생기면 회사가 휘청일 정도의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학습효과도 반영됐다. 작년 현대차는 잇따른 대규모 리콜과 신형 싼타페에 물이 새는 사건이 발생한 것을 포함해 품질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현대차는 특히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살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연비나 안전성능 같은 기본성능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실제 현대차는 연비를 중시하는 트렌드를 고려해 현대차는 올해 출시되는 새 쏘나타에 디젤모델을 장착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또 자동차 안전과 직결된 분야에서 품질력을 끌어올리는 데 전력투구 중이다.

아울러 현대차는 올해 친환경 그린카와 첨단기술이 융합한 스마트카 같은 혁신 분야 투자를 대폭 늘릴 예정이다.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미 도요타나 포드, 혼다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 친환경차를 앞세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도 수소차나 하이브리드 차량 기술을 끌어올리고, 첨단 기술이 뒤섞인 스마트카를 개발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의지다. 관련 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총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자동차산업팀장은 “올해는 엔저를 포함한 환율리스크가 커지고 있고, 구조조정을 마쳤거나 마친 미국과 유럽업체들이 공세도 예상된다”며 “품질문제의 파급력도 커지고 있어 현대차로서는 보수적인 판매목표를 설정하고 품질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