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함정선 기자
2013.05.23 11:30:08
[워스트]뜻하지 않은 1분기 어닝 쇼크..5354억 영업손실
기업 신용도 추락..'AA-' 등급 두고 논란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250km 떨어진 곳, 이름조차 생소한 루와이스에서 비보가 날아들었다.
루와이스의 정유공장 확장공사(RRE) 프로젝트 7개 가운데 핵심 프로젝트 2개의 공사를 진행 중인 GS건설(006360)이 이곳에서만 4050억원의 손실을 냈다는 것이다.
프로젝트는 GS건설(006360)이 스스로 ‘한국 해외 건설 역사에 큰 획을 그었다’라고 칭할만큼 관심이 컸던 공사다. 2009년에 계약한 2개 프로젝트 계약금만 4조 833억원에 이르며 줄곧 수익성이 큰 공사라고 강조해왔던 곳이기도 하다.
증권가와 신용평가사, 투자자와 업계 모두가 충격에 휩싸였다. 예상은 커녕 ‘상상’도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잠정 실적이 발표된 후에도 “믿을 수 없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GS건설은 1분기 위에서 말한 루와이스 지역을 포함, 해외 7개 현장에서 발생한 손실 때문에 535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UAE 루와이스 정유공장 확장 공사 패키지2’에서 난 손실이 3100억원으로 가장 컸다. 같은 루와이스 현장의 ‘패키지7’에서는 950억원의 손실이 났다. 루와이스뿐 아니다. 사우디 IPC EVA 2개 프로젝트에서는 총 810억원, 캐나다 블랙골드 프로젝트에서는 13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외 바레인 폐수처리시설 공사와 쿠웨이트 아주르 송수시설 공사에서 각각 150억원의 손실이 집계됐다. 이 때문에 연간 영업손실 추정치는 7998억원에 이른다. 아무 문제가 없다던 해외 현장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GS건설은 이번 손실에 대해 예정원가율이 약 6%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가율은 매출액 대비 투입비용으로, 100%가 넘으면 이익이 거의 남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해외 사업장에서 GS건설의 원가율은 120%가 넘는다.
건설사들은 3~4년이 걸리는 공사 기간을 생각해 흔히 예정 원가율로 이익을 계산한다. GS건설이 공사를 수주했을 당시 예상한 원가율보다 실제 원가율이 상승하면서 이익이 손실로 둔갑한 셈이다.
원가율이 이처럼 오른 까닭은 무엇일까. GS건설은 해외 하도급 업체들과 문제가 발생했고 발주처와 협상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도급 업체가 부도가 나 공사가 지연되는 일도 있었고 하도급 업체들의 기술력이 부족해 일정을 맞추지 못한 경우도 발생한 것.
또한 공사를 진행하다 설계를 변경해야 할 때 발주처의 동의가 필요한데 발주처가 이를 차일피일 미루거나 거절한 것도 문제가 됐다.
최근 급등한 원자재 가격도 원가율 상승에 한 몫 했다. 공사를 수주했던 2009년 당시 급락한 원자재 가격으로 원가율을 계산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