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 거침없는 수주.. 대림이 포기한 공사 `덥석`

by이진철 기자
2011.06.29 11:33:17

인도서 2.3억불 플랜트 수주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삼성엔지니어링의 거침없는 해외수주 행보가 눈길을 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대림산업의 수주가 유력했다가 내부사정으로 포기한 인도 플랜트 공사를 대림산업이 제시했던 금액보다 낮은 가격으로 따냈다.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은 인도 국영 기업인 석유천연가스공사(ONGC)의 자회사 OPaL사과 2억3000만달러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계약을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 지난 28일 오후 인도 현지에서 열린 계약식에서 삼성엔지니어링 석유화학사업본부장 이진규 상무(오른쪽)가 OPaL사의 조하리(P.K Johri) 사장과 계약서에 서명했다.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의 다헤즈 경제특구에 건설되는 이번 플랜트는 연간 34만톤 규모의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설계, 조달, 시공, 시운전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일괄 턴키(Lump-Sum Turn Key) 방식으로 수행, 2013년 7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이번 프로젝트는 대림산업(000210)의 수주가 유력했었다. 발주처인 OPaL사는 지난해 입찰을 실시했고, 국내 업체중에선 대림산업은 쉐브론필립스, 삼성엔지니어링은 미쯔이와 각각 손을 잡고 수주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해말 최종 입찰에서 삼성엔지니어링은 2억3000만달러를 제시해 대림산업(2억4000만달러)보다 1000만달러 낮게 가격을 써냈지만 종합평가에서 밀려 대림산업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발주처는 대림산업에게 수주통보서(NOA)를 발송했고, 대림산업은 지난 1월7일 올해 마수걸이 해외수주로 공시도 냈다.



그러나 지난 3월 발주처는 차순위협상대상자였던 삼성엔지니어링을 불러 "대림 컨소시엄이 내부 사정으로 계약 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하며 수주협상에 들어갔다. 문제는 발주처가 대림측에는 공식적으로 협상종료를 통보하지 않고 삼성엔지니어링과 협상을 시작한 것.

결국 발주처는 지난 4월28일 대림산업측에게 NOA 취소공문을 발송해 다음날인 29일 대림산업은 수주취소 공시를 냈다. 반면 삼성엔지니어링은 당초 제시했던 2억3000만달러에 NOA를 통보받아 5월2일 수주공시를 실시했다.
 
국내의 굴지의 엔지니어링 회사로 경쟁관계인 대림산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인도 플랜트 공사에 대해 불과 며칠 간격으로 연이어 수주 취소와 수주를 발표한 것이다.
 
대림산업측은 "본계약 체결과정에서 공사금액과 공사기간 등의 협상과정에서 발주처와 이견이 있어 공사수주를 결국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대림산업은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쉐브론과의 기술적인 문제로 사업수행이 어려워 발주처측에 수주포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엔지니어링은 "대림산업측이 내부사정으로 사업수행이 어렵게 되자 발주처가 차순위협상대상자와 협상을 진행하는 당연한 수순을 밟은 것"이라며 "이번에 최종 수주한 금액은 당초 입찰에서 제시했던 금액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림산업이 수주한 것을 1000만달러 낮은 가격을 제시해 저가 출혈경쟁을 벌여 가로챘다는 일각의 시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이번에 계약을 맺은 플랜트가 들어서게 될 다헤즈 산업공단에 이미 OPaL사가 발주한 에틸렌 플랜트를 건설중"이라며 "이미 해당 지역에 진출해 사업을 수행중이어서 기존 인력과 장비, 네트워크 등을 활용할 있는 잇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