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한국기업>⑨조선, 中추격 따돌려라

by윤종성 기자
2011.03.24 12:21:00

대우조선, 신개념 LNG추진 시스템 개발 완료..`5월 첫 공개`
삼성重, 녹색 경영 선포..`친환경 선박에 5000억 투자 계획`
STX조선, 연료비 50% 줄인 선박 개발..'배출가스 제로 도전`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지난 11일 현대중공업 주주총회장. 가슴에 번호표를 부착한 주주 한 명이 번쩍 손을 들더니,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중국의 조선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추격하고 있는데, 이를 타개할 방책이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이 사장은 갑작스런 주주의 질문에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중국이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도전해 오고 있으나, 기술경쟁력을 통해 이를 극복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중국의 도전을 뿌리칠 무기로 꼽은 기술이 `저연비의 친환경 선박`이었다. 이 사장은 "앞으로 친환경 선박이 조선업계의 주류가 될 것"이라며 "친환경 선박 개발에 더 박차를 가해 중국을 멀찌감치 따돌리겠다"고 말했다.

최근 조선협회장에 선임된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기자와 만나 `친환경 선박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한 적 있다. 남 사장은 "앞으로 친환경 선박이 조선업계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생각한다"며 "세계 1위인 국내 조선업계도 친환경 선박 개발에 소홀히 하다간 중국에 금새 뒤쳐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초대형 원유운반선에 밸러스트 수처리 시스템을 장착했다



조선업계에도 친환경 바람이 불고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에 대한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수립하고 있는 데다,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 강화되고 있는 탓이다. 전세계를 무대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조선 빅4`이지만, 친환경 기술을 먼저 확보하는 업체가 향후 조선업계를 주도할 것이라는 데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친환경 선박은 무섭게 쫓아오는 중국을 따돌릴 `강력한 무기`로도 꼽힌다. 이미 일정 수준 기술력이 도달한 중국과 확실한 격차를 보이는 분야는 최신 기술이 응집된 `친환경 선박`이라는 것이다. 조선업계는 향후 진행될 R&D(기술개발) 투자의 상당 부분을 `친환경 분야`에 쏟아부을 계획이다.
 

지난 1월. 현대중공업(009540)은 경쟁사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의미있는 사건`을 터트렸다. 바로 세계 최초로 밸러스트 수(ballast, 선박평형水) 처리장치를 초대형 원유운반석에 장착하는 데 성공했던 것.
 
선박의 좌우 균형을 유지하는 밸러스트 수는 보통 선박에 화물이 없을 때 채워졌다가 화물 적재 시 바다로 방류되는데, 이 과정에서 `밸러스트 수 처리장치`가 없으면 각종 해양 생물· 전염병 등이 함께 방류돼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다.
 
이 때문에 IMO는 2012년 인도되는 선박부터 `밸러스트 수 처리장치`의 장착을 의무화시키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초대형 선박에 성공리에 밸러스트 수 처리장치를 장착하게 돼, 다른 모든 상선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선박 수주에서 큰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에는 3000t급 하이브리드 경비함인 `태평양 10호`를 해경에 인도했다. 이 선박은 12노트 이하 저속 운항 시 연간 25%의 연료 절감 및 약 10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디젤엔진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이상 줄인 친환경 가스엔진인 '힘센(HiMSEN) H35G’의 독자 개발에도 성공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09년 전기추진 하이브리드 LNG선 ‘BW GDF SUEZ BRUSSELS’의 모습. 기름과 LNG 화물창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함께 연료로 쓰는 듀얼퓨얼(Duel Fuel) 엔진을 장착, 유해가스 방출을 최소화했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최근 덴마크 만디젤 사와 함께 고압 천연가스를 주연료로 하는 선박용 추진 시스템(LNG-FGS 시스템)의 개발을 완료했다. 양사는 현재 만디젤의 엔진과 대우조선해양의 LNG-FGS 시스템을 결합한 시제품을 테스트 중이며, 오는 5월께 로드쇼를 통해 첫 공개할 예정이다.
 
이 천연가스 엔진을 사용할 경우 동급 출력의 디젤 엔진에 비해 이산화탄소는 23%, 질소산화물(NOx)는 13%, 황산화물(SOx)은 최대 92%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이를 1만4000TEU급 컨테이너운반선에 적용할 경우 연료절감 효과만 연간 약 1200만 달러 이상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세계 각국 선주들로부터 벌써 천연가스 추진 엔진을 적용한 선박에 대한 견적의뢰가 들어오고 있다"며 "앞으로 양사는 상용화를 위한 추가 테스트와 추가 확인 작업을 통해 올 중순부터 본격적인 상용화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포스코파워와 함께 선박용 연료전지를 공동 개발하는 등 `연료전지` 부문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LNG선 등에 탑재될 3MW 이하 선박용 연료전지를 개발하고 있는 양사는 중·장기적으로는 전 선박에 탑재 가능한 10MW급 이상의 주동력용 연료전지 시스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지난해 삼성중공업(010140)은 녹색경영 선포식을 갖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30% 감축한 친환경 선박 개발 ▲녹색 사업장 실현과 녹색 네트워크 구축 ▲에너지 제로(ZERO)주택 출시 등의 `3가지 핵심전략`을 발표했다. 
 
조선업계에서 친환경 제품 개발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녹색경영을 선포한 것은 삼성중공업이 처음이다. 삼성중공업은 `녹색 비전`에 따라 오는 2015년까지 친환경 선박 건조기술 개발에 약 5000억원을 투입하고, 관련 특허 약 1000건을 획득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조선업계 최초로 친환경 제품 개발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녹색 경영을 선포했다.



STX조선해양(067250)은 연료 비용을 최대 50% 이상 절감 할 수 있는 신개념 친환경 선박 `STX GD(Green Dream Project)`의 개발에 성공했다. LNG를 주 연료로 사용하는 이 선박은 벙커C유를 사용하는 기존 VLCC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45% 줄였다. 배 위에는 풍력(500kW)과 태양력(43kW) 발전기 등을 설치, 신재생 에너지를 동력에너지로 활용한다.
 
최근에는 진동·소음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저진동 추진기 프로펠러`의 개발을 완료했으며, 불에 타도 유독 가스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전선 `파인 루트`의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도 친환경 분야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배출가스 제로(0)에 도전, 미래형 친환경 선박의 선두주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