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역사의 대한해운 "딱 한번 공격적 투자했는데…"

by안재만 기자
2011.01.26 10:32:51

호황·위기때 용선사업확장 `공격 경영`
결국 빚에 무너져..법정관리행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단 한번의 판단 착오에 43년 역사의 한국 대표 해운사가 무너졌다.

국내 4위 해운사이자 2위 벌크선업체 대한해운(005880)이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자금을 수혈한 지 꼭 한달만이다. 이 때문에 대한해운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은 다소 빠른 선택인 것으로 판단된다.

대한해운은 "보유현금은 남아있지만, 버티기보단 빠른 회복을 위해 회생절차 개시라는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려주면 조속한 경영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대한해운이 실적 부진의 늪에 빠진 이유는 표면적으론 `업황 악화`다. 실제 대한해운이 구가하는 벌크선 영업은 금융위기 이후 좀체 회복을 못하고 있다.

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벌크선운임지수(BDI)는 지난 2007~2008년만 해도 1만포인트를 웃돌았다. 그런데 현재는 1300포인트 수준. 10분의 1에 가까운 수준까지 떨어졌으니 `업황이 나쁘다`고 판단할만하다.

대한해운이 작년 4월 인수한 로즈마리호
하지만 대한해운에 보다 치명적 타격을 입힌 것은 바로 무리한 공격적 투자였다.

대한해운은 금융위기 직전 해운업이 한창 호황일 당시 공격적으로 배를 늘렸다. 그것도 대부분 빌린 배, 즉 용선이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대한해운은 37척의 사선을 갖고 있고, 142척의 용선을 운용 중이다. 전체 매출에서 용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75%에 달하는 것.



당시 대한해운은 높은 운임료만 믿고 고가의 선박을 3년, 5년의 장기계약으로 빌렸다. 배를 빌린 뒤 다시 다른 선주들에게 빌려주는 사업까지 벌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한해운이 무리할 정도로 공격적 결정을 내린 게 사실"이라며 "더 큰 문제는 금융위기에 빠지면서 경쟁사들이 반선에 나설때도 대한해운은 사세 확장을 선택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한해운은 분기당 4000억원 정도를 용선료로 지급하고 있다. 분기매출이 5000억원대임을 감안하면 거의 전부를 용선료에 쏟아붓는 셈. 이 때문에 대한해운은 선주들에 용선료를 인하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대한해운이 회생하기 위해선 일단 업황이 회복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증권가에선 벌크선운임지수가 3000포인트를 웃돌아야 대한해운이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벌크선운임지수가 갑작스레 오르길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선박 과잉 공급에다 석탄, 곡물가격 급등으로 물동량이 둔화되는 분위기이기 때문.

대한해운측 역시 "당분간 회복되길 기대하긴 어렵다"면서 "지난 2007~2008년 호황은 중국발 수요 덕분이었는데 이걸 기대하기도 힘든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결국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내릴 경우 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줄이고, 장기계약이 끝나는 2~3년 뒤까지 어떻게 `버티기`에 나서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회생절차에 돌입하면 대한해운은 해외선주사, 금융권 등에 지급할 채권채무가 모두 중단된다. 빚 때문에 위기에 빠진 대한해운의 경우 당장은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