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나의 펀드수첩]`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by최한나 기자
2011.01.18 10:45:27

자원부국 러시아+브라질 펀드..글로벌 수요 타고 수익률 `꿈틀`
상호보완 관계 뚜렷..수익 및 위험분산 효과

[이데일리 최한나 기자] 눈에서 불이 번쩍 튑니다. 머리 속이 하얘집니다. 수십 만명이 몰려있는 중에도 그 사람만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입니다.

온 국민이 적금처럼 펀드를 붓던 시절, 유난히 뜨겁게 사랑받던 펀드가 있었습니다. 이름부터 화끈한 `러브펀드`입니다.

러브펀드의 원천은 `브릭스(BRICs)`입니다.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와 중국 등 잘 나가는 4국가가 브릭스라는 이름으로 묶이면서 금융시장 이목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이들을 타겟으로 하는 펀드도 줄줄이 등장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장래 유망하고 성격 비슷한 러시아와 브라질이 단짝이 됐습니다. 시아+라질 펀드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브릭스 네 나라 중에서도 러시아와 브라질은 유난히 닮은 점이 많습니다. 일단 각종 원자재가 풍부하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 브라질 국기
브라질은 국기부터 자원 지향적입니다. 브라질 국기에서 초록색은 농업과 삼림자원을, 노란색은 광업과 광물자원을, 파란색은 하늘을 나타냅니다. 대놓고 자원국임을 표방하고 있는 거죠.

그런 나라답게 브라질은 자원수출 상위국을 꼽을 때 빠지지 않습니다. 천연자원은 물론 금속 원자재와 농산물 수출에서도 단연 상위권입니다. 주식시장에서도 원자재 부문이 전체 시가총액의 40%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러시아는 원유 부문에서 세계 톱 국가입니다. 보유량과 생산량 모두에서 세계 1, 2위를 다툽니다. 천연가스와 기타 광물에 있어서도 러시아를 빼놓고는 얘기가 안됩니다.

1998년 한때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정도로 재정이 열악했지만 2000년 이후 꾸준히 회복하며 연평균 6% 정도의 성장세를 이어왔습니다.

이들이 안정적 성장을 나타내던 2007년 하반기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가 러브펀드의 전성기였습니다. 국내외할 것 없이 경기가 활활 타던 때였습니다. 원자재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올랐고 이들 국가는 호황을 누렸습니다. 러브펀드 인기도 갈수록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모든 치열한 사랑이 그렇듯 러브펀드의 항해는 순조롭지 못했습니다.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습니다. 경기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주저앉았습니다.

자원수출을 토대로 경제를 이끌어가던 두 나라는 휘청거렸습니다. 펀드 수익률도 덩달이 미끄러졌습니다. 2007년 하반기에 설정된 펀드들은 아직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최근 러브펀드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기지개를 편 국제 경제 덕분입니다. 경기가 자생적 바퀴를 돌리면서 원자재 수요가 껑충 뛰었고, 가격 오름세에 탄력이 붙고 있습니다.

양국 모두 국제 금융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점도 눈에 띕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작년 6월 브라질에 대해 그리고 9월 러시아에 대해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렸습니다. 금융위기 한파에서 벗어났다고 본 것입니다.

두 나라가 함께 있어 좋은 것은 비슷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점을 보완한다는 점에 더 큰 묘미가 있죠. 마치 정반대 성격을 지닌 연인이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것처럼요.

무엇보다 양국은 각각 지구의 북쪽과 남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처해있는 기후대와 돈을 버는 시점이 다르다는 얘깁니다.

러시아는 차가운 나라입니다. 북반구에 있죠. 난방용 원유가 불티나게 팔리는 겨울~봄이 러시아에 좋은 계절입니다. 러시아 증시도 겨울~봄에 수익률이 높습니다.

반대로 브라질은 뜨거운 나라입니다. 남반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각종 농산물이 열매를 맺는 여름~가을이 브라질을 웃게 합니다. 주가 역시 여름~가을에 많이 오릅니다.

따라서 두 나라를 섞으면 일년 내내 보기좋은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위험은 분산되고 수익은 높아집니다.

김종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브라질을 끼워넣으면 원유라는 단일 원자재에 집중된 러시아의 변동성을 분산할 수 있다"며 "두 나라의 농산물 수확시기가 다르다는 점도 우호적"이라고 설명합니다.

금융위기 여파로 타격이 컸던 수익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러브펀드 붐이 막 시작된 시점에 설정된 `KB브라질 자(주식)A` 펀드나 `신한BNPP봉쥬르브라질 자(H)[주식]` 펀드,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자 1(주식)` 등이 모두 플러스로 올라섰습니다. 상대적으로 늦게 만들어진 펀드들은 2년 누적 수익률이 100%를 넘어설 정도로 성과가 좋습니다.

▲ 출처: 제로인(1월10일 기준)

 
 
 
 
 
 
 
 
 
 
 
 
 
 
 
 
전문가들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주가가 많이 조정받아서 지금은 가격적 매력이 높은 상태"라고 말합니다. 윤재현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도 "성장 잠재력 면에서 매력적"이라고 진단합니다.

어때요 이 펀드, 조금 멀리 돌아왔지만, 다시 사랑할 만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