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 변한다)원자력 패러독스

by안승찬 기자
2009.06.25 11:17:53

김종신 한수원 사장 "원자력 외에 대안 없다"
이산화탄소 발생 최소..친환경 에너지원 급부상

[이데일리 안승찬기자]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한국전력의 프랑스 파리 사무소장으로 발령을 받았던 1987년, 그의 나이는 40대 초반이었다. 20·30대의 패기는 다소 사그러들었을지 몰라도 사회적으로는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시기다.

에너지 분야는 자신있던 김 사장도 당시 파리의 원자력 발전 현황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파리 시민의 상수원인 세느강 상류에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되고 있었다.

▲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그는 "원자력 발전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최선의 대안"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발생한 것이 1986년이니까,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지 겨우 1년이 지난 때였다.
 
당시는 체르노빌 충격으로 세계 각국에서 탈(脫)원전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게다가 환경운동이 가장 활발하다는 프랑스의 심장 아니던가. 김 사장도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의외로 간단한 답을 얻었다고 한다.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는 머지않아 고갈될 수밖에 없다. 원자력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향후 석유는 40.5년, 천연가스는 63.3년, 석탄은 147년 정도 사용가능하고 한다. 특히 화석연료의 소비 증가는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더 빠른 증가율로 발생시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다소 급진적인 과학자들은 지구를 살릴 시간이 불과 2년 뿐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당장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청정에너지원 개발이 시급하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 내에 상용화될 친환경 에너지가 개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 풍력, 태양광, 조력 등 신재생에너지 만으로는 늘어가는 에너지 수요량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결국 화석에너지의 수급불안과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대안은 원자력발전 뿐이다.



원자력발전은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유연탄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0분의 1에 불과하다. 친환경에너지로 각광받는 태양광 발전에 비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분의 1 정도다.

게다가 원자력은 골프공만한 우라늄으로 석유 9000드럼, 유연탄 3000톤과 맞먹는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원자력발전은 국내자원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다. 우라늄은 앞으로도 220년 정도 사용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원자력발전도 침체기를 겪은 것이 사실이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 사고와 1986년 러시아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전세계의 원자력발전은 주춤했다. 미국의 경우 펜실베이니아주의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 사고의 악몽으로 지난 30여년간 원전 건설을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 불안정한 유가 움직임과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 인구증가에 따르는 대량 전력생산시설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원자력발전 불가피론`이 급부상하는 추세다.

또 원자력발전을 통제하는 기술력도 그간 눈부시게 발전했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의 경우 지난 30년 동안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고·고장 등급분류체계(INES)에서 `심각한 고장`에 해당하는 3등급 이상의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따라서 세계 각국은 다시 원자력발전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원전사고의 아픔을 뼈저리게 겪었던 미국과 러시아도 "이제 원전을 다시 건설해야 할 때"라며 공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