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연금술사들)시장을 선점하라-국민은행②

by정명수 기자
2001.10.24 12:13:09

[edaily] 이번주 “금융시장의 연금술사들”은 국민은행 파생 및 복합금융상품팀 입니다.

(인터뷰 1편에서 이어짐)
국민은행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맥쿼리가 작으니까 합작을 해도 국내에서 경쟁상대가 아니라는 판단을 했다. 대형 외국은행은 우리에게 기술을 이전해줄 이유가 없다. 맥쿼리는 사이즈가 작아서 지점을 직접 내지는 못하지만 기술이 있다. 맥쿼리는 그래서 합작을 선호한다. 남아공에 처음 진출해서 성공했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일본 등에 진출했다. 크레딧 리스크는 현지 은행이 부담하고 맥쿼리는 기술을 제공해서 수익을 나눠먹는 방식이다. 합작한다고 고객정보만 빼가고 나중에 영업점을 열면 우리한테 마이너스인데 맥쿼리는 규모가 작아서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 맥쿼리의 이해와 우리의 필요가 맞아 떨어졌다. 맥쿼리는 투신, 투자자문, 선물중개 등의 분야에서 한국에 진출해 있다. 국민은행을 징검다리로 금융의 다른 분야로 업무를 확장할 수도 있다. 신한은행과도 SOC 프로젝트 파이낸싱 업무를 2~3년 전부터 하고 있었다. 맥쿼리는 그동안 신용 리스크를 지지 않는 업무만 해왔다. 우리와 파생상품 합작을 하면서 신용 리스크 부담이 생겼는데 그 리스크를 우리가 담당하는 셈이다. 합작을 추진할 때 이익 배분에서 논란이 됐다. 맥쿼리는 이익을 반반씩 나누자고 했다. 당시 행장은 “이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라며 이를 받아들였다. 신한은행은 이익 분배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우리는 “줄 것은 주자. 가만히 있으면 얻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먼저 경험하고 먼저 고민해야..커지는 시장을 선점하라> -국내 금융기관들은 아직도 IRS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국민은행의 채권운용 부서도 IRS 거래가 많지 않다고 들었는데요. 이유가 뭐죠. ▲(오케인) 첫째, IRS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둘째, 회계처리가 복잡하고 체계가 갖춰져있지 않아요. 셋째, 선물로 헤지하는 것보다 유용하고 비용도 저렴한데 인식이 부족합니다. IRS는 유동성도 높고 마진이 따로 필요 없어요. 자신의 입장에 맞게 유연하게 헤지계약을 할 수도 있습니다. (유 팀장) 투신사들이 IRS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리 법률 팀 의견으로는 투신사의 질권 설정에 대한 해석이 조금 잘못돼 있다고 합니다. 시스템 상 질권 설정이 가능한데도 그게 안된다는 거죠. 그래서 IRS 거래를 하는 투신사들은 채권을 직접 담보로 넣고 있습니다. -마케팅 전략은? ▲(유 팀장) 시장 선점이죠. 미리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파생상품 관련 규정, 백오피스 등을 실무적으로 처리하는데 몇 달씩 걸립니다. 일단 거래를 트면 그 다음부터는 패키지로 영업을 할 수 있어요. 시장 경험이 없으면 영업이 안됩니다. 고객이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죠” 물어올 때 즉각적인 대답을 할 수 없거든요. -맥쿼리는 한국 IRS 시장에 들어올 때 핵심 전략이 무엇이었나요 ▲(오케인) 파생상품 분야에서 전략은 판매 채널의 확보였다. 국민은행의 소매금융 라인을 통해서는 구조화된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도매 쪽에서는 투신, 보험, 대기업 등을 대상으로 파생상품 영업을 할 수 있다. (유 팀장) 실제로 “환율연계 타겟 정기예금” 상품을 개인 고객 대상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환율이 어느 선에 도달하면 금리를 더 주는 형태였다. 일종의 통화옵션 연계 상품이다. 많이 팔리지는 않았지만 국내에서 처음 나온 파생연계 금융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오케인) 도매 영업은 마진이 적지만 북을 운용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고객 정보를 얻을 수도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또 마진이 높은 복합상품을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된다. 한국도 투자 행태가 간접투자로 바뀌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파생상품에 대한 지식이나 능력이 일반 기업이나 소매 고객보다 높다. 기관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얼마든지 판매할 수 있다. 북 거래를 많이 해야 포지션이 쌓이고 그래야 여러가지 거래가 가능하다. 큰 기관들과 거래를 할 때는 비드-오퍼를 모두 제공한다. <합작 3년, 사업 기반은 확보> -합작한지 3년째인데 각자의 목표를 어느정도 달성했다고 보시나요. ▲(오케인) 시장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첫해부터 10억원 정도 이익을 냈습니다. 시작할 때 아무것도 없었는데… 사업을 만들고 성장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객들과의 관계를 실질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는 그런 관계를 만들어가는데 주력할 것입니다. 시장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주택은행과 합병할 경우 고객 기반도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케팅과 트레이딩 추세로 봐서 한국 시장은 크게 성장할 것입니다. 시장정보, 고객의 니드 등을 알게 됐습니다. 파생거래는 기본적으로 상대방에 크레딧 라인을 주는 것이므로 이런 자료들이 매우 소중합니다. (유 팀장) 맥쿼리는 처음부터 리스크 관리를 중시했습니다. 국제금융부 안에 별도의 리스크 팀이 있어요. 국내외 은행중 유일하게 법률 팀이 따로 있습니다. 법률 팀에는 맥쿼리에서 사람이 와서 같이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딜을 할 때마다 법률 팀의 체크를 받거든요. 이런 시스템을 갖춘 은행은 국민은행밖에 없을 겁니다. 이런 시스템을 갖춘 것이 다 소득이죠. 우리만 알고 있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선도적인 위치에서 먼저 경험하고 다큐멘테이션 방법이나 상품을 다루는 법 등을 국내 기업, 금융기관에 알리는 역할도 중요합니다. 우리 팀에 있던 직원 7~8명이 다른 은행에 스카우트됐어요. 미들-백 오피스까지 합치면 10명 정도가 다른 기관에 “파생”돼 나갔습니다. 국민은행이 파생상품 사관학교라는 말도 들어요. 우리는 아쉽지만 시장 발전을 위해서 좋은 일이죠.
(인터뷰 3편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