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장 건설, 美·동맹국서 3년간 2배 이상 증가
by방성훈 기자
2023.09.18 10:10:34
2022~2024년 전 세계 반도체 공장 착공 71건
앞선 3년 대비 24.5% 증가…미·유럽·한·일 등서 2배↑
중국은 반토막…대만도 中침공 가능성에 뒷걸음질
"반도체 '경제안보 핵심' 자리매김…中의존 탈피 강화"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지난해 이후 3년 동안 반도체 공장 건설이 미국과 주요 동맹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3년과 비교해 2배 이상 증가했다.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제안보 경쟁의 핵심 전장이 되면서, 세계 각국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고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노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8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22~2024년 글로벌 반도체 공장 착공 건수는 총 71건으로 앞선 3년(2019~2021년) 57건 대비 24.5% 증가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8건→18건), 유럽·중동(6건→12건), 일본(3건→8건), 한국(2건→4건) 등 미국 및 주요 동맹국에서 2배 이상 증가한 반면, 중국(25건→13건)과 대만(12건→9건)에서는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도체 산업이 미·중 경제안보 경쟁의 핵심 전장이 되면서 중심축이 미국으로 서서히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닛케이는 “미국과 유럽은 반도체 확보를 중국에 의존하는 것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도 서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공장 건설이 늘어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미 보스턴컨설팅그룹 및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2000년 전 세계에서 2%에 불과했던 중국의 반도체 제조능력은 2030년 24%까지 늘어 4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이후 자체적으로 모든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총 683억 7000만달러(약 90조 74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이에 맞서 미국과 유럽도 보조금 등 반도체 업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반도체 칩과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시행해 5년 간 반도체 산업에 총 527억달러를 지원하고, 이 가운데 반도체 제조시설에 390억달러(약 51조 77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 7월 승인한 반도체법을 통해 2030년까지 공공·민간 투자에 총 430억유로(약 60조 9100억원)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도 최근 2년 간 반도체 관련 예산으로 2조엔(약 18조원)을 확보했으며, 대만 TSMC가 구마모토현에 지을 예정인 제2공장 투자 비용 중 3분의 1을 지원할 계획이다. 토요타, 키옥시아, 소니 등 일본 대기업 8곳이 첨단 반도체의 국산화를 위해 설립한 라피더스는 홋카이도에 신규 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닛케이는 “세계 각국은 미중 갈등뿐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반도체 공급 부족을 겪으면서 공급망을 자국에서 확보하지 않으면 경제활동이 멈출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됐고, 이는 해외 의존도를 줄이려는 행동으로 이어졌다”며 “제조 능력뿐 아니라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한 기술력 확보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