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글과 손잡고 초거대 AI 생태계 주도한다

by김상윤 기자
2022.02.22 10:02:19

국내외 13개사와 연합체 발족..비즈 모델 발굴
구글 TPU 적용해 모델 학습..협업 고도화 가능
AI 개발기간 부담 더는 '엑사원-튜닝'도 공개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초거대 인공지능(AI) 개발에 적극적인 LG가 구글 등과 손잡고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선다. 초거대 AI는 대용량의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사고·학습·판단할 수 있는 AI를 말한다. 이를 통해 실증 사례를 축적하면서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는 게 LG의 노림수다.

LG AI연구원은 국내외 13개 기업이 모인 ‘엑스퍼트 AI 얼라이언스(Expert AI Alliance·전문가 AI 연합체)’를 발족, 글로벌 초거대 AI 생태계의 본격적인 확장에 나선다고 22일 공식 발표했다. 여기엔 △구글 △우리은행 △셔터스톡 △엘스비어 △EBS △고려대학교의료원 △한양대학교병원 △브이에이코퍼레이션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13개사가 창립 멤버로 참여한다. 이종산업 간 협력을 위해 IT·금융·교육·의료·제조·통신 분야 국내외 대표 기업이 모여 구성한 첫 민간 연합체다.

LG가 연합체를 꾸린 건 이들 기업의 기술력을 활용해 협력사들과 함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이날 유튜브로 진행된 행사에서 AI 아티스트 ‘틸다’ 등 LG의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으로 구현할 수 있는 사례를 공유하고 연합 파트너사들과 협업 계획을 밝혔다. 틸다는 엑사원으로 구현한 첫번째 AI 휴먼으로 세계적인 디자이너 박윤희씨와 함께 협업해 만든 패션 의상 컬렉션을 지난 14일 뉴욕 패션 위크에서 선보였다. 이날 공개된 200여개의 의상은 틸다가 창작한 3000여장의 이미지와 패턴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배 원장은 “틸다가 창의성을 요구하는 분야에서 AI와 인간이 협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LG AI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중 파트너사들에게 맞춤형 전문가 AI를 쉽게 개발할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제공해 개발 진입 장벽을 없애기로 했다. 응용 프로그래밍 API는 △질의응답 △텍스트 분류 △요약 △대화 △텍스트 생성 △키워드 추출 △이미지 생성 △이미지 캡셔닝 등 8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

연구원은 또 코딩에 관한 전문 지식이 없거나, AI 개발자가 아니어도 손쉽게 웹에서 엑사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반기에 서비스 플랫폼인 ‘엑사원 플레이그라운드’ 운영을 시작해 초거대 AI 대중화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구글과 협업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LG AI연구원은 구글 클라우드의 맞춤형 머신러닝 하드웨어인 ‘클라우드 TPU’를 도입했다. TPU는 딥러닝을 고속화하기 위해 클라우드 서비스용으로 개발한 프로세스다. LG는 구글의 TPU를 활용하면서 AI모델 학습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키고, 구글 역시 초거대 AI에 특화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양사가 ‘윈윈’했다. 양사는 엑사원의 사전 학습 모델을 공개하고 연구, 교육, 금융 등 전 산업 분야에서 엑사원 AI 모델 도입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LG AI연구원은 파트너사의 데이터 보안과 AI 개발 기간의 부담을 덜어 줄 신기술인 ‘엑사원-튜닝’도 공개했다.

초거대 AI는 학습을 진행하는 인공 신경망의 파라미터 규모가 방대하기 때문에 데이터를 추가적으로 학습하는 데에 긴 시간과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에 따라 초거대 AI를 연구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성능은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파라미터를 적게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이 개발한 ‘엑사원 튜닝’은 가장 범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P-tuning 방식과 비교했을 때 사용하는 파라미터의 수를 90%까지 줄여 훨씬 가볍고 처리 속도가 빠르면서도, 정확도는 4배 가까이 높여 성능까지 확보한 신기술이다. 예를 들어, 엑사원에 금융 분야 언어들만 추가적으로 학습시키면 AI 은행원과 같이 특화된 전문가 AI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이는 엑사원이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말뭉치 6000억개, 텍스트와 결합돼 있는 고해상도 이미지 2억 5000만 장 이상을 학습했고, LG 계열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전문적인 데이터도 일정 수준 이상 학습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배 원장은 “엑사원과 파트너사들이 함께 성장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해 나가는 글로벌 초거대 AI 생태계 조성의 장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파트너사들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모든 산업 영역에서 상위 1% 전문가 AI를 만들어 기존에 보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초거대 AI 대중화를 이끄는 선두 주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