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장 인근서 3.4 지진…핵실험 가능성은 낮아(종합)

by김형욱 기자
2017.09.23 20:08:18

中 당국 폭발 가능성 언급에 '화들짝'
기상청 "자연지진"…美日도 감지못해



[이데일리 김형욱 박태진 기자 베이징=김인경 특파원] 한중 양국 기상당국이 23일 오후 북한 핵실험장 인근에서 소규모 지진을 관측했다. 중국 당국이 폭발로 인한 인공 지진 가능성을 언급하며 7차 핵실험을 우려했으나 현재로선 자연 지진 가능성이 크다.

중국 국가지진대망(CENC)은 23일 오후 4시 29분께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인근(북위 41.36도·경도 129.06도) 3.4 규모의 지진이 탐지됐다고 밝혔다. 진원의 깊이는 지면 인근(0㎞)로 파악됐다. CENC는 이번 지진이 폭발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외신은 이 발표를 토대로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3일 이곳에서 약 50㎞ 떨어진 곳에서 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또 하루 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강경 발언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이례적인 직접 성명을 내며 양측 긴장감이 커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현재로선 중 당국의 오판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 기상청도 CENC와 비슷하게 지진을 감지했으나 자연지진으로 분석했다. 미국과 일본 기상당국은 지진 규모가 작아 아예 감지조차 못했다.

기상청이 관측한 북한 지진의 지점과 규모는 CENC와 비슷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북북서쪽 23㎞ 지역에서 규모 3.0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은 북위 41.14도, 동경 129.20도. 약간의 오차는 있지만 CENC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상청 관계자는 “인공지진은 P파의 진폭이 S파보다 매우 큰 데 이번 지진은 P파와 S파의 진폭 모두 발달해 있는 데다 폭발음 등으로 발생하는 음파가 관측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진원 깊이는 추가로 분석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진은 통상 진원 깊이가 지표면 근처이고 자연지진은 깊이 10~15㎞에 이른다.

청와대 관계자도 “핵실험 같은 인공지진이 아닌 자연지진으로 보인다”고 확인했다고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이 전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과 일본 기상청은 아예 이를 관측하지 못했다. 규모가 작았기 때문이다. 일본 관영 NHK에 따르면 일본 전문가는 중국의 관측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핵실험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북한 핵실험에 따른 인공지진 규모는 지난해 1월 4차 때 5.0, 9월 5차 때 5.3, 이달 3일 6차 땐 6.1이었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때 1시간 이내에 긴급 국가안보회의(NSC)를 소집하며 민감하게 대응했던 아베 신조(安部晋三) 일본 총리실도 지진 감지 두시간여가 지난 지금까지 아직 회의 소집이나 성명 발표 등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아직 여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엔 산하 포괄적핵실험금지기구(CTBTO) 라시아 제르보 사무총장은 트위터에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했던 곳과 50㎞ 떨어진 곳에서 통상적이지 않은(unusual) 지진 활동이 관측됐다”며 “소속 전문가들이 분석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