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민희 기자
2012.02.07 11:35:01
[이데일리TV 이민희 PD] ‘프로슈머(Prosumer)’는 1980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에 처음 사용됐다.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를 결합한 단어로 소비자가 상품의 기획과 생산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을 뜻한다. 정보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차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프로슈머들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무한혁신의 비밀‘에서 집중 조명해 보았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와 같은 뉴미디어의 발전에 따라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의 강력한 검색 기능을 통해 자신에 맞는 최적의 제품을 찾아 실속 있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으로 소비자들은 제품 정보에 대한 즉각적인 접근과 활발한 상호 작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를 반영해 고객체험단이나 소비자체험단에 의한 모니터링과 평가 과정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이승신 건국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 이런 과정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는 우수한 상품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업들 스스로 긍정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2006년 한 민간연구소가 국내 10대 그룹을 대상으로 프로슈머 마케팅의 효과에 대해 조사한 결과, 내수 총매출의 30% 정도를 프로슈머의 성과로 간주했다고 한다.
국내의 대표적인 프로슈머 성공 사례는 LG전자의 ‘초콜릿폰’이다. ‘초콜릿폰’은 상품 기획 단계부터 프로슈머 제도를 도입했고, 그들이 제시한 8000여건의 아이디어를 제품에 반영해 화제를 모았다. 덕분에 국내외 판매량은 폭발적이었다. 또한 유한킴벌리에서 출시한 빨아 쓰는 타올 ‘스카트’ 역시 주부들을 대상으로 사용 비법 공모전을 진행, 월 매출이 200% 정도 급신장하기도 했다.
화장품 업계도 소비자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1982년부터 프로슈머 제도를 도입한 아모레퍼시픽에는 현재 300여명의 프로슈머가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이들 프로슈머들은 약 125건에 달하는 의견을 제안했고, 이는 바로 제품 개발에 활용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제품을 리뉴얼하는 과정에서도 심층 인터뷰, 품평회 등을 통해 고객들의 목소리를 제일 먼저 담았다.
삼성전자는 비용이 많이 들고 효과가 불확실한 옥외광고판 마케팅 등을 줄이는 대신 파워 블로거를 육성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자동차의 이름을 짓거나 품목을 만드는 과정에 고객을 직접 참여시키는 제도를 운영하여 주목받았다.
동부건설은 주부 자문단의 아이디어를 받아 자사 브랜드인 ‘센트레빌아파트’에 360도 회전하는 방범 로봇을 설치했다. GS건설 역시 화장실에 남성용 소변기를 별도로 달아 좌변기 청소에 힘들어 하던 주부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21세기형 소비자들은 기업이 만든 공식 웹사이트 보다 유명 블로그의 콘텐츠를 더 신뢰한다. 특히 파워 블로거들은 자기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서비스나 제품에 대해서 집중적인 리뷰를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제품 사용기와 평가 등을 통해 판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블로그서비스 전문업체인 티엔엠미디어 명승은 대표는 “ 기성언론이 다루지 않는 영역까지도 포괄하고 있으며, 특히 홍보, 마케팅에서 항상 취약함을 보이는 중소기업이나 지방상공인들의 판매 확대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라며 파워블로거들의 순기능을 말한다.
하지만 블로거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생긴 부작용도 없지 않다. 실제 일부 파워블로거가 공동구매를 주관하고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수수료를 받아 온 것이 밝혀졌다. 일부 기업과 성숙하지 못한 블로거들의 공공연한 뒷거래 때문에 가장 혼란스러워진 것은 소비자들이다. 불순한 의도로 소비자들의 공간에 침투한 비객관적인 정보 때문에 순수한 소비자들의 정보 공유 능력까지 불신하게 된 것이다.
IT 관련 파워블로거인 이현준씨는 “일부 문제가 있지만 정말 성실하게 수입보다는 자신의 전문성과 자신의 역량의 표출을 위해 노력하시는 분들이 훨씬 많이 있다. 이런 사태를 계기로 오히려 자신의 컨텐츠를 위해서 노력하는 블로거들이 다시 한 번 재조명 받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털업체의 무분별한 상업주의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초심을 잃어버린 블로거와 업체들의 부적합한 공생 관계 가 소비자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블로그는 ‘네이버’에만 약 2850만개, ‘다음’에는 약 800만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블로그 마케팅을 둘러싼 논란은 우리나라의 일만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는 아예 정부가 나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2009년 10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블로그를 통해 상품 리뷰를 할 경우 그것이 기업의 전략적 홍보물이거나 직접적으로 대가를 받았는지를 명기해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일부 블로거들의 공정하지 않은 리뷰로 소비자들에게 왜곡된 정보가 제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파워블로거가 광고주로부터 대가를 받고 추천 글을 게재할 경우 대가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누가 파워블로거인지 판단하는 기준이나 영리행위가 어디까지 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제도적 보완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며 정부차원의 접근이 시급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소비문화 개선을 지원하고 합리적인 구매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소비자종합정보망과 한국형 온라인 컨슈머리포트를 운영하는 등 소비자정책을 올해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사이트인 스마트컨슈머(www.smartconsumer.go.k)는 지금 현재 여러 공공기관이나 소비자 단체의 개별 웹사이트에 흩어져있는 정보들을 한곳에 모아서 소비자정보포털을 구축한 것이다. 올 1월에 1차가 구축되어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김정기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안전정보과장은 “이 사이트에는 아파트 가격과 같은 다양한 소비자 정보와 자동차나 식품 등의 안전 리콜 정보, 각종 소비자 상담 정보, 소비자 피해주의보 등 소비자들이 꼭 알아야하는 정보들을 담고 있다. 특히 가격품질에 대한 비교정보를 ‘컨슈머리포터’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