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의 재구성' GS칼텍스 비상선로는 왜 끊겼나

by안승찬 기자
2011.01.20 10:47:16

한전-GS칼텍스 정전사태 둘러싼 진실공방
한전 책임 쉽지 않아..대부분 피해는 기업에

[이데일리 안승찬 전설리 기자]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GS칼텍스의 정전사태를 둘러싸고 GS칼텍스와 한국전력의 책임공방이 뜨겁다.

각자가 주장하는 기본적인 사실 진술부터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오리무중이다.

담당 정부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조사중"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어, 진실공방을 부채질하고 있다.

진실공방의 포인트는 '누가 비상선로의 전기를 끊었는가' 하는 점이다.

GS(078930)칼텍스는 여수 산단 내 다른 공장과 달리 지난 2009년초 100억원을 들여 비상상황을 대비한 송전선로를 추가로 설치해 놓았다.

비상선로의 용량은 154kV로, 기존 선로와 같은 규모다. 따라서 비상 송전선로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GS칼텍스는 이번 정전사태를 피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비상선로까지 전기가 끊겼다. 그것도 GS칼텍스는 20여분 정전이 지속돼 여수 산단 내에서 피해가 가장 컸다. 한전은 "우리는 끊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GS칼텍스는 "우리가 미쳤다고 끊겠나?"라고 맞서고 있다.



당시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기존의 선로에서 어떤 외부적인 이유로(외부적인 이유가 어떤 것인가에 대해 한전은 확실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일시적인 전압이 떨어지는 전압강하가 일어났다.

전기가 끊기지만 않으면 보통 큰 영향이 없지만, 석유화학공장의 경우 전압이 떨어지면 제품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공장의 개폐기가 전압강하를 감지하면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GS칼텍스를 포함한 총 26개 여수 산단 내 공장에서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문제는 GS칼텍스의 비상선로까지 왜 끊어졌느냐 하는 점이다. 한국전력(015760) 관계자는 "전압강하가 일어나면 우리쪽 기록에 모두 잡히는데, GS칼텍스로의 비상선로에는 전압강하가 일어난 기록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비상선로는 정상적으로 전원이 공급됐다는 주장이다.

무슨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GS칼텍스의 비상선로 개폐기가 차단되면서 정전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전은 GS칼텍스 비상선로 개폐기의 오작동을 의심하고 있다.



GS칼텍스측 주장은 완전히 다르다. 한마디로 "정전사태에 따른 피해를 우려해 여수 산단 내에서 유일하게 송전선로를 깔았는데, 추가로 깐 송전선로를 일부러 차단했다는 주장이 말이 되느냐?"라는 것이다.

GS칼텍스는 정전 당시 한전의 여수화력발전소 내 가스개폐기(GIS)가 폭발해 전원이 끊겼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지축이 흔들릴 정도의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정전이 됐다는 여수화력발전소 주변업체 근무자의 증언이 있다"고 했다.

지식경제부를 비롯한 정부합동조사반이 19일 현장 조사에 나섰지만, 아직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조사중인 사안이라 어느 쪽 책임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만 했다.


"어쨌든 기존 선로의 전압강하가 일어난 것은 사실이고, 따라서 한전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할 수 있지만, 실제로 한전이 책임을 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전력계통을 구성하는 전기설비는 대부분 외부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낙뢰, 폭설, 태풍과 같은 자연현상과 나뭇가지나 차량충돌과 같은 외부 충격에 의해 언제든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전기공급이 중단되는 정전도 생길 수 있고, 순간적으로 전압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도 불가피하다는 것이 한전의 논리다. 그래서 한전의 명확한 책임을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2006년과 2008년의 정전사태 때에도 한전이 특별한 책임을 지지 않았고, 심지어 소송도 없었던 이유는 이런 배경 때문이다. 당시에도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에 떠넘겨졌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는 항상 중단 없이 공급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라며 "특별히 민감한 고객이 스스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설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전압강하를 대비해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나 순간전압강하보상장치 등 다양한 보호설비를 갖추고 있다"며 "필요한 사업자가 이런 위험을 대비해 투자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GS칼텍스 관계자는 "우리도 무정전전원공급장치를 갖추고 있었다"면서 "게다가 우리는 100억원을 들여 비상선로까지 설치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한전 관계자는 "GS칼텍스의 전압강하 보호설비는 규모가 충분치 않다"며 "기업들이 전기품질까지 관심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다시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