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안준형 기자
2010.05.31 11:46:56
사내 응원·가전 매장내 TV 방영도 중계료 요구
월드컵 광고비도 크게 높아져 광고주들 고민
[이데일리 유용무 안준형 기자] 국내 대형유통 업체인 A 기업은 최근 월드컵 사내 응원전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당초 강남의 한 매장에서 사내 직원들이 모여 월드컵 응원전을 펼칠 계획이었지만, SBS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공문을 보내 고민 중이다. 공문에는 상업지역에서 월드컵 경기를 보려면 최대 1억원을 내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가전 유통업체인 B 업체도 고민에 빠졌다. SBS로부터 월드컵기간 중 매장에 전시된 TV를 통해 월드컵 경기를 보여주려면 사용료를 내라는 공문을 받았기 때문. 이 업체는 매장에서 월드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광고비를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SBS(034120)가 남아공 월드컵 전경기(64경기)를 단독 중계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이 사내응원·월드컵마케팅·월드컵 광고를 놓고 고민이 늘어나고 있다. 웬만한 활동에도 돈을 내라는 요구가 들어오고, 광고비는 예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이 때문에 단독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높아진 중계료가 기업들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31일 유통·광고업계에 따르면, 남아공 월드컵을 독점 중계하기로 한 SBS는 국내 주요 유통업체에 월드컵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면 광고비를 지급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상업지역에서 월드컵 경기를 이용하려면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1억원을 내라는 내용(국가 대표팀 1경기 중계 기준)이 담겼다. 비상업적 지역의 경우에도 무료에서 최대 1000만원을 내라는 내용도 함께 포함됐다.
이에 유통업체들은 난감한 표정이다. SBS의 요구가 저작권 등 관련 법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법의 적용 범위인 `상업적 지역`의 기준이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직원들끼리 모여 응원전을 펼치는 것까지 상업적 범위로 들어가는 것은 과도한 법의 적용"이라며 "여기에 TV를 판매하는 유통업체들이 가전 매장에서 월드컵 경기를 보여주는 것만으로 상업적으로 이용한다고 봐야 하느냐"고 불만을 제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매장 내에서 월드컵 광고를 보여준다고 고객에게 입장료를 받거나 기업 스폰서를 받지 않는다"며 "이는 순수히 고객이 원해서 틀어주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입장을 SBS에 구두로 전달했으며, SBS에서 아직 답변이 없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SBS가 월드컵 광고비도 크게 높아져 기업들이 난감해 하고 있다.
SBS가 최근 국내 주요 기업을 상대로 배포한 `남아공 월드컵 방송광고 패키지 판매 안내` 자료에 따르면, 한국 경기에 15초 광고를 내려면 3억6000만~3억8000만원짜리 광고패키지를 사야 한다.
패키지엔 한국전 1게임과 개막식 그리고, SBS가 자체 편성한 하이라이트와 특별공연 등을 끼워넣었다.
한국전 1회 광고와 기타 경기 생중계가 포함된 패키지를 원할 경우 가격은 4억4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방송사 3사 패키지 가격(한국전 1경기 포함, 1억1000만~1억5000만원)보다 3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특히, 한국 경기 3개에 광고 7번을 넣을 수 있는 패키지의 가격은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