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영효 기자
2010.04.09 11:46:05
여유자금 대부분 유가증권 투자 건전성 위험 고조
`BBB+` 회사채 50%이상 신협 93개..자기자본 40까지 투자하기도
`비과세혜택으로 유치한 예금으로 서민대출하라` 당국 압박
[이데일리 정영효 기자] 금융당국이 농·수협, 신협,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사의 유가증권 투자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상호금융사들의 투자규모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비과세예금에 힘입어 끌어들인 예금으로 서민대출을 늘리기 보다 수익창출에 급급한 잘못된 행태를 바로 잡겠다는 성격도 들어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호금융사의 수신규모는 전년 대비 43조원(17%)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비과세예금 한도가 1인당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
반면 여신규모는 12조8000억원(6.5%) 늘어나는데 그쳤다. 예금이 늘어난 만큼 대출이 늘어나지 않으니 예대율(대출/예금)도 71.7%로 7.1%포인트 하락했다. 그만큼 상호금융사들이 본업인 서민대출에 소극적이었단 방증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신협 등 상호금융사는 비과세예금에 안주하면서 (서민대출을 기피하는) 문제를 일으켰다"며 "비과세 예금을 허용해 준 원래 목적에 맞게 서민대출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호금융사들은 대신 늘어난 여유자금을 대부분 중앙회에 예치하거나 유가증권에 투자했다. 지난해 상호금융사들의 중앙회 예치분은 80조8000억원으로 17조1000억원(26.8%) 증가했고, 유가증권 투자규모는 10조2000원(49.2%) 급증했다. 과도한 투자가 곳곳에서 노출됐다.
자기자본의 30~40배를 유가증권에 투자한 신협과 새마을금고가 있는가 하면 투자부적격 등급(BB+ 이하 정크본드)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는 BBB+ 등급 채권 비중이 50% 이상인 신협도 93개나 됐다.
결국 이날 대책은 유가증권 투자규모를 제한해 상호금융사들의 건전성 위험을 낮추고, 서민대출을 확대하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향후 5년간 10조원을 서민에게 대출하겠다는 `서민금융 활성화 종합대책`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상호금융사들의 유가증권 투자규모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신협과 새마을금고는 현재 유가증권 총투자한도 자체가 없다. 신용등급별 투자한도도 `BBB+등급 이상` 등으로만 제한돼 있을 뿐 등급별 투자한도나 보유하고 있는 채권 등급이 떨어질 경우 어떻게 해야하는 지 등에 대해서도 기준이 없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올 하반기 중 신용협동조합법 시행령과 감독규정을 개정하고, 농·수협과 새마을금고, 산림조합을 관리·감독하는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관련 법령을 개정하기로 했다.
먼저 유가증권의 총 투자한도를 설정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또 투자할 수 있는 채권의 종류와 등급, 등급별 투자규모, 한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규모 등 규제를 마련하기로 했다.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등급이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떨어질 경우 일정 기간 내에 팔도록 의무화하는 방안도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