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세제개편)손질 예고된 종부세, 3년뒤로 후진?

by좌동욱 기자
2008.09.01 15:00:31

강만수 장관 "빠르면 다음달 전반적인 종부세 개편안 발표"
핵심 논란은 ''과표기준 6억→ 9억 상향''..정부는 ''소극적''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정부가 빠르면 9월 하순 전반적인 부동산 관련 세금 개편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 구체적인 개편 방안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1일 발표한 2008 세제개편안에 양도소득세의 고가주택 가격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고 종부세 과표를 전년도 수준(80%)로 동결하는 등 이미 일부 부동산 관련 세제 완화 내용을 담아냈다. 
 
여기에 더해  한달만에 추가적인 부동산 관련 세금 개편안이 나올 경우, 이에 민감한 부동산 시장이 자극을 받을 수 있고 종부세를 둘러싼 논란도 더욱 격렬해 질 것으로 보여 파장이 예상된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안정 등의 이유로 추가 개편안에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2008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전반적인 종부세 개편은 관계부처와 함께 마련 중인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광범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과 함께 빠르면 9월 하순경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개편 방안과 배경를 묻는 질문에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종부세 완화조치와 주택공급 정책이 동시에 발표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그렇게 하기로 했다"며 "오늘 이야기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는 '종부세 추가 개편안이 이미 마련돼 있지만, 관계 부처가 공동으로 발표할 주택 공급 대책이 수립되는 대로 함께 밝히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책 실무자들은 구체적인 개편 방안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지만, 개편의 큰 물줄기는 여당인 한나라당을 통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병수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종합부동산세를 2005년 8·31 부동산 대책 이전 수준으로 환원시켜야 한다"며 "부과 기준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추거나 인별 과세를 가구별 과세로 바꾼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재산세인 종부세를 국세화하는 것 자체에 반대한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내보였다.

강 재정장관 역시 지난 7월 국회 민생특위에 참석해 "종부세는 국가 권위를 훼손하는 제도"라며 종부세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 적이 있다. 
 

 
2003년 10·29 종합대책으로 지난 2005년부터 시행된 종부세는 2005년 8·31 대책으로 대폭 강화돼 2006년부터 시행됐다. 종부세를 부과하는 기준이 9억 이상에서 6억원 이상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과표 구간이 3구간에서 4구간으로 늘어났다.(표 참조) 개인별로 부과하던 기준도 가구(세대)별 합산으로 바뀌었다.



또 연간 종부세 증가율 상한선이 전년비 150%에서 300%로 늘렸으며 과표 적용률도 50%에서 2006년 70%, 2007년 80%, 2008년 90%, 2009년 100%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미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종부세 증가율 상한선과 과표적용률을 손봤다. 세제개편안이 관행대로 연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올해부터 종부세 증가율 상한선은 8·31 대책 이전 수준으로 원위치하게 되며 과표적용률은 지난해 수준인 80%로 동결된다.
 
종부세 부과 기준을 인별 합산에서 가구별 합산으로 바꾸는 문제는 현재 헌법재판소가 심의 중이어서 헌재 판결에 따라 제도 개편 여부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빠르면 9월 중순 최종 판결을 내릴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종부세 추가개편의 핵심은 과표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문제다. 특히 정부가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는 고가주택 기준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한 것이 종부세 과표 기준 상향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전국 933만2556가구의 공동주택 중 종부세를 납부해야 하는 공시지가 6억이상 주택은 총 25만6000가구(2.7%). 종부세 부과 기준이 6억에서 9억으로 상향조정될 경우 총 16만2325가구(63.4%)가 종부세 납부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단독주택의 경우 총 3만536가구 중 1만5000~2만가구가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이 같은 세제 개편안에 대해 소극적이다.

소수의 부동산 부자들만 납부하는 종부세가 부동산 시장 안정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특히 종부세를 개편할 경우 다시 '강부자'(강남 땅 부자) 비판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9월 논의, 10월 중순까지 결정하자"(최경환 정책위 수석부의장)는 의견과 "시장 안정이 우선"(임태희 정책위의장)이라는 주장으로 갈릴 정도다.

이 때문에 추가 개편안이 1가구 1주택 가구의 부담을 줄이는 수준에서 그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공히 65세 이상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종부세 납부를 유예하거나 면제해주는 법안을 발의해 놓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양도세처럼 종부세도 1세대 1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해 세금 감면 혜택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양도세의 경우 1가구1주택자나 장기 보유자에 대해 다양한 감세 혜택이 있지만 종부세는 그런 혜택이 없다.

정부가 올해 세제 개편안에서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확대하고(10년 이상 보유시 최대 80% 공제) 양도세율을 2010년까지 3%포인트 인하하는 등 1가구1주택자에 한해 다양한 세부담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은 점도 종부세 개편안이 소폭에 그칠 것이라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