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 지분 한화건설로 속속 이동..왜?

by이진우 기자
2007.12.24 17:02:17

(주)한화, 대생지분 5.3% 한화건설에 매각
한화건설 대생지분 29% 확보..단일 최대주주로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주)한화가 24일 대한생명 지분 3800만주(5.35%)를 100% 자회사인 한화건설에 넘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한화의 대한생명 지분은 20.9%로 줄었고 한화건설이 보유한 대한생명 지분은 29%로 증가했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한화건설이 보유한 대한생명 지분 6%에 불과했다. 4개월도 안돼 23%의 대한생명 지분이 한화건설로 몰리면서 한화건설은 대한생명의 단일 최대주주가 됐다.
 
이같은 지분이동은 (주)한화가 대한생명 지분을 보유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그룹차원의 전략적 선택이다.  



이번 지분 이동은 (주)한화가 지난달 28일 한화건설 증자에 참여하면서 촉발됐다. (주)한화는 3000억원을 출자해 한화건설 지분 800만주를 갖게 됐고 이 과정에서 계열사 주식 장부가가 전체 자산총액의 50%를 넘게 됐다. 
 
연말기준으로 계열사 지분의 장부가액 합계가 자산총액의 50%를 넘기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주)한화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처분하면 계열사 주식이 현금으로 바뀌기 때문에 계열사 주식 가치의 합을 줄이면서 지주회사 전환을 피할 수 있다.

이번에 대한생명 지분을 한화건설에 넘긴 것은 계열사 지분을 현금으로 바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전환요건을 피하기 위해서다. 
 
여러 계열사 중에 하필 한화건설을 지분매각 상대로 정한 이유는 뭘까. 한화건설은 (주)한화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한화의 입장에서 이번 거래는 사실상 왼쪽 주머니에 있던 대생 지분을 오른쪽 주머니로 옮긴 셈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9월초 오릭스가 보유한 대한생명 지분(17%)을 다시 사들일때도 이같은 이유로 다른 계열사들을 제치고 한화건설이 단독으로 대생 지분을 인수하도록 했다.

한지붕 회사와 다름 없는 100% 자회사로 대한생명 지분을 넘기면서 대한생명 지분에 대한 (주)한화의 실질적인 소유권은 그대로 유지하는 묘수인 셈. 장차 한화그룹의 지주회사가 될 (주)한화가 지주회사 전환의 부담을 없애면서 대한생명 지분의 지배권을 유지하는데 한화건설은 꼭 필요한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언젠가는 한화건설과 (주)한화가 합병하는 수순을 통해 대한생명 지분을 합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지분 이동은 지난 9월 이후 한화건설을 활용해 대한생명 지분 인수작업을 벌여온 한화그룹의 끝내기 수순에 해당된다.

지난 9월 한화건설은 오릭스로부터 대한생명 지분 17%를 사들이기 위해 지분매입 금액과 맞먹는 6000억원 가량의 차입금을 조달했다. 그 후 (주)한화(000880)는 대한생명 지분 인수로 급증한 한화건설의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한화건설 유상증자에 참여해 3000억원을 출자했다.

한화건설은 이 출자금 가운데 2000억원을 다시 (주)한화로부터 대한생명 지분 5.3%를 인수하는 데 사용한 것. (주)한화가 출자한 돈으로 (주)한화가 갖고 있던 대한생명 지분을 되산 모양새가 됐다. 돈이 그저 한 바퀴 돈 것 뿐이지만 그 과정에서 한화건설은 부채비율을 줄일 수 있게 됐고 (주)한화는 지주회사 요건을 벗어날 수 있게 되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시장에서는 (주)한화가 이번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2000억원 가량의 자금이 내년에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대한생명 지분 16%를 사들일 자금으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연말에도 전체 계열사 지분 장부가액이 전체 자산의 50%에 육박하는 바람에 차입금을 늘리는 방식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미뤘었다. 이번 지분이동으로 (주)한화는 올해도 지주회사 전환신고를 하지 않고 한 해를 넘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이 지주회사 전환을 꺼리는 것은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부채비율을 시한내에 낮춰야 하는 부담이 생기고, 대한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 설립 일정과 맞지 않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 김승연 회장 지분의 증여가 완료되기 전에 주가가 급등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