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윤경 기자
2002.03.12 13:03:16
[edaily] "인터넷" 버블이 일었던 90년대 후반, 인터넷 기업, 이른바 닷컴기업들의 기업공개(IPO)가 줄을 이었다. 인터넷에 대한 기대감으로 높은 주가에 많은 투자자금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버블이 꺼지면서 닷컴기업들의 주가 또한 가라앉았을 뿐만 아니라 신규 닷컴기업들의 IPO도 눈에 띄게 줄어 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들어 다시 닷컴기업들의 IPO 행진이 시작됐다고 11일자로 보도했다.
침구류와 소비자 가전 등 저가정책으로 소비재를 판매하고 있는 오버스톡닷컴(Overstock.com)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3680만달러 규모의 IPO를 신청했다.
DVD 등 영화 렌탈서비를 하고 있는 넷플릭스(Netflix)도 1억1500만달러 규모의 IPO를 신청했다.
헤지펀드인 디지털 센츄리 캐피탈의 빅 메타 부사장은 "벤처 캐피탈리스트들로부터 더 많은 기업들이 IPO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인기 검색서비스 사이트 구글(Google)도 IPO를 준비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8월 노벨의 전 CEO 에릭 슈미트를 CEO로 영입하고 IPO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구글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수익을 내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W.R.햄브레치,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들과 관련 논의를 해 왔고 직원들에게 6~8개월 안에 IPO시장에 나서겠다고 말하고 있다.
닷컴기업들의 IPO붐이 조성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IPO파이낸셜닷컴의 데이비드 멘로 대표는 "투자자들은 언제 기업이 수익을 낼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할 것이라는 점에서 최근의 IPO 사례들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라고 말한다.
물론 이처럼 IPO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것은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이나 기업 가운데 최소한 일부는 새로운 인터넷 기업의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투자자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달 페이팔(Paypal)이라는 인터넷 지불 서비스업체의 경우 IPO를 통해 7020만달러의 공모자금을 확보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나스닥 시장에 공개된 직후 공모가인 13달러에서 20.09달러까지 치솟았다. 금요일 오후 4시 페이팔의 주가는 공모가격에서 46% 오른 19.02달러를 기록했다.
2002년 IPO에 새로이 도전하는 인터넷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지난 번 닷컴기업과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인터넷 기업들은 여전히 돈을 벌어야만 하는 처지라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매출 7590만달러에 순손실 3830만달러를 기록했고 오버스톡도 매출 4000만달러에 1420만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기업을 공개한 페이팔의 경우에는 지난해 첫 9개월간 644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반면 손실규모는 8930만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테그랄 캐피탈 파트너스의 매니징 디렉터 로저 맥나미는 "지난 몇년간 사람들은 꿈속에서 투자해 왔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투자자들이 현금 유동성이 풍부하고 강한 매출 성장을 이룬 기업에 투자하길 원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광란의" IPO 시장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99년부터 2001년까지 기업을 공개한 381개 인터넷 기업 가운데 단 56개 기업만이 공모가보다 높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의 평균주가 하락률은 38%다. 나스닥 시장이 2000년 3월 절정을 이룬 이래 상장된 인터넷 기업의 주가는 62%나 내렸다.
이런 맥락에서 르네상스 캐피탈 IPO 플러스 펀드이 애널리스트 폴 바드는 "기업공개후 두 분기 안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지를 눈여겨 보라"고 권고한다.
인테그랄 캐피탈의 맥나미는 최근의 IPO붐이 단지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인 것에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나스닥 시장이 다시 약세로 돌아서면 우리는 IPO 기업에 대해 잊을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