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래리핑크 “AI는 과열이 아니라 부족…컴퓨트 선물시장 생길 것"
by김상윤 기자
2026.05.06 05:26:49
[밀컨 콘퍼런스 2026]
AI 수요 폭증에 전력·칩·컴퓨트 ‘전면 부족’
“연산능력도 사고판다”…컴퓨트 시장 부상
데이터센터, 산업 넘어 ‘안보 자산’으로
“수조달러 투자, 민간 자본이 판 키운다”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AI에는 버블이 없다. 우리는 전력과 연산능력, 반도체가 모두 부족한 상황에 있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버리힐스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26 대담에서 인공지능(AI) 시장을 둘러싼 과열 논란을 정면 반박했다. 최근 금융시장에서 AI 관련 자산의 고평가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투자 과열보다 인프라 부족이 더 큰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핑크 CEO는 현재 AI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로 전력과 연산능력, 반도체를 지목했다. 그는 “미국은 전력이 부족하고 컴퓨팅이 부족하며 칩도 부족하다”며 “AI는 버블이 아니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수요 증가 속도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핑크 CEO는 “AI 수요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사이버보안과 같은 분야에서 요구되는 연산 규모는 매우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기업과 정부 전반에서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데이터 처리와 연산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데이터센터 투자에 나서고 반도체 확보 경쟁을 벌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다만 전력망 확충과 데이터센터 부지 확보,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 등 핵심 인프라는 여전히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공급 병목’은 시장 구조 자체를 바꿀 가능성도 제기된다. 향후 연산능력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시장까지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핑크 CEO는 “앞으로는 컴퓨트에 대한 선물시장과 같은 개념이 생길 수 있다”며 “현재 우리는 충분한 컴퓨트 파워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연산능력이 전력이나 원유처럼 거래되는 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컴퓨트 확보 자체가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블랙록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블랙록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랍에미리트 투자기구(MGX) 등과 함께 수백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블랙록의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스(GIP)는 약 40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기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으며, 사모펀드 EQT와 함께 전력회사 AES를 107억 달러에 인수하는 거래도 진행하고 있다.
핑크 CEO는 AI 확산이 지정학적 변수로 이어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AI는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이 기술을 누가 갖게 되는지를 둘러싼 큰 질문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반도체와 데이터, 알고리즘을 둘러싼 기술 경쟁이 국제 질서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AI 인프라 확대는 안보 환경 변화와도 맞물리고 있다. 핑크 CEO는 드론 전쟁 확산을 예로 들며 “수천 달러짜리 드론으로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위협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는 이러한 인프라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며 “AI 인프라 구축과 함께 보안 체계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동 지역에서도 재건 과정에서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드론 전쟁 등으로 인해 보안과 인프라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규모 투자 재원과 관련해서는 민간 자본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핑크 CEO는 “이 모든 것은 수조 달러의 자본을 필요로 한다”며 “정부만으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각국의 재정 적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민간 자본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구축은 투자 기간이 길고 자금 규모가 큰 만큼, 연기금과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장기 자본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핑크 CEO는 자산운용사의 역할 변화도 언급했다. “우리는 공공시장과 사모시장, 패시브와 액티브를 아우르는 구조를 구축해왔다”며 “고객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금과 개인 투자자 등 다양한 고객들이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러한 흐름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