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죽인 태권도 관장보다 하루라도 더 살아야"...쓰러진 엄마

by박지혜 기자
2025.04.11 08:47:04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태권도 관장의 학대로 숨진 5세 아이의 어머니는 “가해자보다 하루라도 더 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피해 아동의 어머니는 지난 10일 오후 태권도 관장 30대 남성 최모 씨에 대한 선고를 다룬 한 방송사 뉴스 유튜브 영상에 이처럼 댓글을 남겼다.

5살 아동을 숨지게 한 30대 태권도 관장 최모(왼쪽) 씨가 지난해 7월 14일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오고 있는 모습. 오른쪽은 지난 10일 최 씨에 대한 선고 뒤 몸을 가누지 못하는 피해 아동의 어머니 (사진=연합뉴스, MBC 뉴스 영상 캡처)
이날 의정부지법 형사11부 오창섭 부장판사는 아동학대 살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도하 엄마’라고 밝힌 피해 아동 어머니는 “아이들이 소중한 시대에 법이 약한 것이 납득도 되지 않고 걱정도 크다”며 “우리 도하가 당한 일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사실 무기징역이든 사형이든 아이가 살아 돌아오지 않는 이상 저에겐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라며 “30년형이 유지되면 가해자는 70대에 출소하게 될 거다. 저는 가해자보다 하루라도 더 살아야 한다. 그래야 가해자가 어떤 꼴로 사는지 지켜볼 수 있을 테니까”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사과 한 번 없이 가해자 변호사는 저에게 ‘직접 살해가 아니다’, ‘보호자가 아이를 죽인 것이다’란 궤변을 늘어놓았고 가해자 측 주변 인물들은 저와 도하를 기만해왔다”고 주장했다.

피해 아동 어머니는 “2심, 3심도 꼭 이 형량이 유지되길 바라고 바란다”며 “끝까지 노력하고 버텨보겠다.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도 나올 수 있고 아이들이 학대 속에서 벗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다”라고 전했다.

또 “같이 화내주시고 같이 맘 아파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피해 아동 어머니는 이날 아들의 영정 사진을 품에 안고 선고를 지켜봤다.

태권도 관장 최 씨에 징역 30년을 선고한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학대 행위 후 피해 아동을 방치하면 사망할 위험 내지 가능성이 있음을 인식하였음에도 피해 아동을 약 27분간 방치했다”며 “다른 20여 명의 피해 아동에 대해서도 상당 기간 학대를 했고, 이를 단지 장난으로 치부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과연 진실이 있는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다른 사범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변명하고 있고, 피해 아동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혼자 태권도장으로 올라와 CCTV 영상을 삭제하고 사범에게 허위 증언을 강요했으며 증거 인멸을 시도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 “피고인은 사망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나 일반인이라면 당연히 사망의 위험이 있다는 걸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아동 어머니는 선고 직후 오열하며 쓰러져 법원 관계자들의 부축을 받고 법정을 나섰다.



그는 “우리나라 아동법이 너무 약하다”며 “사형보다 더한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맞는데 납득이 안 된다”며 울분을 토했다.

최 씨는 지난해 7월 12일 경기 양주시 덕계동 한 태권도장에서 말아서 세워놓은 매트 사이에 5살 아동 도하 군을 거꾸로 넣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도하 군이 발버둥치며 “꺼내 달라”고 외치는데도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렇게 20여 분이 지나 도하 군은 혼수상태로 발견됐으나 최 씨는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고 오히려 CCTV 영상을 삭제하며 범행을 은폐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최 씨는 수사 과정에서 “장난이었다”고 진술했고, 최 씨 변호인은 “뇌사상태에서 호흡기를 뗀 건 유족”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져 사회적 공분을 샀다.

수사 당국의 조사 결과 최 씨는 도하 군뿐만 아니라 다른 25명의 관원에게 매트에 거꾸로 넣거나 볼을 꼬집고 때리는 등 124차례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결심 공판에서 최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최 씨 측 변호인은 ““CCTV 영상을 보면 공소사실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학대 의도를 가지고 행동했는지 의문이 남는 부분도 있다”고 변론했다.

최 씨는 최후진술에서 “제 행동에 있어서 변명하지 않겠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법원에 제출한 약 70쪽 분량 반성문엔 도하 군에 대한 사과나 반성보다 “어릴 적부터 형편이 어려웠지만 내 아이에게 가난을 물려주기 싫어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왔다”, “지금껏 사고 싶은 것 하나 제대로 못 샀다”, “교도소에 와보니 다른 생각보단 부모님께 죄스럽다”는 등 하소연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반성문을 열람한 재판부는 “피고인이 제출한 반성문은 반성문으로서의 가치도 없다”며 최 씨를 꾸짖었다.

최 씨는 1심 선고 당일 곧바로 법원에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