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걸린 교보생명 풋옵션 소송‥누가 마지막에 웃을까
by전선형 기자
2021.03.14 14:36:49
15일부터 3일간 국제중재재판 청문회 개최
결론 따라 풋옵션가격 8000억원 가량 차이
가치산정ㆍ풋옵션 행사 정당성 등 논의될 듯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어피너티컨소시엄이 벌이고 있는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분쟁의 결론을 내기 위한 국제중재재판 최종 변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사실상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양측 모두가 상당히 예민한 모습이다.
이번 변론에서 신창재 회장 측은 어피너티가 제안한 풋옵션 가치산정의 불합리성을 강력히 주장하고 특히 검찰이 가치산정을 주도한 딜로이트안진 회계사를 기소한 점을 집중적으로 설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 어피너티는 IPO(기업공개) 불발에 따라 이뤄진 정당한 풋옵션 행사라는 점, 신 회장 측이 풋옵션 행사를 거부하고 교보생명 가치산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점 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는 15일부터 19일까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니티컨소시엄의 풋옵션 중재 소송과 관련한 2차 청문회를 연다. 이번 청문회는 지난해 10월 1차 청문 이후 두 번째며 ICC 중재재판 결론을 앞둔 마지막 청문회다.
ICC 중재재판은 단심제로 법원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기 때문에 이번 변론이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신 회장도 직접 중재재판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ICC 중재재판 결과는 마지막 변론 후 통상 6개월 후에 나온다. 이에 따라 결과는 9월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신창재 회장 측은 이번 ICC 중재재판 변론을 위해 법률자문을 구하고, 유사한 사례를 모으는 등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풋옵션 행사 규모가 2조원이 넘는데다 패소할 경우 지연이자도 발생해 금액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신 회장의 교보생명 경영권마저 흔들릴 수 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24%(주당 24만5000원·1조2000억원 규모)를 매입한다. 이때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 조건으로 실패시 신 회장이 공정시장가치(FMV)에 대신 매입하기로 한 풋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보험업계 규제강화와 증시상황이 급변하면서 신 회장은 IPO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후 어피너티 측이 추가 3년을 제시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결국 어피니티 측은 2018년 10월 신 회장을 상대로 2조122억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는 교보생명 주식을 1주당 40만9000원에 산정한 금액이다. 교보생명 가치산정은 어피너티 측 의뢰에 따라 딜로이트안진이 맡았다.
하지만 신 회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치산정 규모가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다. 신 회장 측은 보험업계 불황과 저금리 기조로 교보생명 시장가치는 20만원 중반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어피너티 측이 애초 주식을 매입한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풋옵션 제안가와 약 8000억원 정도 차이난다.
양측은 막판 변론 기일을 앞두고, 재판에서 유리한 승기를 잡기 위해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여론형성을 위해 대대적인 보도자료를 서로 배포하는가 하면 검찰기소, 가압류 등의 법적 방법도 동원 중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3월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교보생명의 가치를 부풀려 평가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허위보고’란 조항을 들어 올 초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과 재무적 투자자들의 임원들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가치평가 당시 의뢰인의 의견을 참고했음에도 마치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 같은 기재를 한 것이 허위라는 취지다. 또한 교보생명은 금융당국과 공인회계사회에 안진회계법인 철저히 조사해달라며 진정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어피너티 측은 2019년 3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신 회장의 배당금 약 850억원에 대해 가압류 했다. 지난해 4월에는 신 회장의 자택과 급여에 대해서도 가압류 조치를 한 상태다. 신 회장의 연봉은 2019년 기준 7억9100만원대다. 지난달에는 신 회장의 주식에 대해서도 가압류 하겠다며 신 회장의 자택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 본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어피너티 측은 “법원의 가압류 결정에 따른 적법한 집행”이라며 “채권자로서는 향후 채권의 보전을 위해 가능한 노력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