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수신료 배분, 300억 추가..방송법시행령 개정돼야

by김현아 기자
2013.11.13 10:47:19

대형 케이블 업체들, 국내 방송 콘텐츠 생태계 지원 나서
시대착오적인 소유규제 이제는 풀어야
정부는 의지, 일부 정치권은 반대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티브로드, CJ헬로비전(037560), 씨앤앰 등 종합유선방송(MSO) 대표들이 어제(12일) 오전 만나 내년도 방송프로그램사업자(PP)들에 대한 수신료 배분율을 4% 인상하기로 했다. 2014년에는 2012년 대비 4%, 2015년에는 2012년 대비 4%를 각각 인상한다. 이리 되면 콘텐츠를 만드는 PP들에 2012년 기준으로 2015년까지 누적으로 300억 원 정도가 더 돌아간다.

이는 케이블에 IPTV, 인터넷 방송(OTT) 등 플랫폼 홍수 속에서 정작 중요한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소외되지 않을 까 하는 우려에 대한 대안으로 풀이된다.

양휘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수신료 수입이 갈수록 감소하는 어려운 환경이지만 콘텐츠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SO들이 크게 양보해 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권고해 온 사안인만큼 정부와 국회에서도 정책적 뒷받침을 해서 유료방송 산업이 선순환 구조로 진입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에 MSO들이 PP에 대한 수신료 배분율을 늘리기로 하면서, 이를 계기로 오랫동안 시대착오적 규제로 비판받던 MSO에 대한 소유규제도 개선돼야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MSO들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소유겸영 규제를 받고 있다. 전체 케이블 가입자 3분의 1과 전체 방송권역 77개의 3분의 1을 초과해 소유겸영할 수 없다. 케이블TV는 지역독점 상황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10월 경쟁 서비스인 IPTV가 출범하면서 유료방송 플랫폼 시장도 치열한 경쟁 관계다. 이에 따라 최시중 위원장 시절 방송통신위원회 때부터 이계철 위원장 때까지 정책 당국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소유규제를 개선하려 했다. 이계철 위원장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은 이미 논의가 끝난 사안”이라며 “곧 해결될 것”이라고 말해 왔다.



13일 서울 충정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서 PP협의회와 SO협의회가 프로그램 사용료 관련 협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종삼 SO협의회장, 양휘부 케이블TV협회장, 최종천 PP협의회장.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의지는 일부 여야 국회의원들의 반대로 5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정치권 일부가 MSO가 대형화되면 콘텐츠 업체(PP)들이 어려워지거나 여론독점력이 커지지 않겠느냐고 걱정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번에 MSO들이 내년에 PP 수신료 배분율을 늘리기로 함에 따라, 콘텐츠 업계와 상생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는 다소 줄어들었다.

또한 플랫폼의 소유자나 시장 점유율은 콘텐츠 내용에 따라 좌우되는 여론독점 우려와 큰 관계가 없다. 소비자가 티브로드 케이블을 보느냐 CJ헬로비전 케이블을 보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방송사 어떤 프로그램이 여론 지배력이 있는가의 이슈라는 말이다.

성낙일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상파를 제외하고 시청점유율 30% 규제, 방송사업 소유제한, 시장점유율 규제 등이 중첩돼 있지만, 선진국처럼 다른 규제는 풀고 10%, 15% 등 단계적인 시청점유율 규제로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방송계 관계자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은 정부 권한인데, 국회가 나서면서 박근혜 정부도 강조했던 규제 완화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차기 KT 회장에 본인의 이름을 거명하지 말라고 하면서 “기업과 정치는 분명 다른 영역”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