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한국 기업>⑧철강, 환경에 눈을 뜨다
by윤종성 기자
2011.03.24 12:16:00
[창간기획 코리아 3.0 : 제2부]굴뚝산업 대표주자 철강, 친환경 경쟁
포스코, CO2 배출량 2020년까지 9% 감축 계획..녹색사업에 7조 투자
현대제철 "친환경은 우리가 최고"..전기로 업체도 과감한 시설투자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한복판에 자리 잡은 `밀폐형 돔형 저장고`. 장충 실내체육관을 연상시키는 이 저장고는 지름 길이만 무려 130m에 이를 만큼 웅장하다. 거대한 저장고 안으로 발을 들여놓자 철광석과 유연탄, 부연료 등 원자재들이 지붕 높이까지 쌓여있다.
수북히 쌓인 원자재가 뿜어내는 냄새로 내부 공기는 탁했지만, 다시 외부로 나오자 먼지 하나 없다. 외부와의 완벽히 단절돼 있기 때문이다. 꽉 틀어막힌 저장고에다, 선박에서 저장고까지 원자재를 실어나를 때에는 밀폐된 연속식 하역기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해 먼지가 새나갈 틈이 없다.
제철소 안에만 무려 9개가 포진해 있는 이런 `밀폐형 저장고`는 이제 현대제철의 자랑거리다. `제철소=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인식을 날릴 수 있었던 건 `밀폐형 저장고`의 역할이 컸다. 여전히 외부 야적장에 개방형 저장고를 두고 있는 국내·외 제철소들은 현대제철을 벤치마킹 하기위해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제철의 `밀폐형 원료저장고` 모습. 친환경 제철소의 상징물로 꼽히는 이 밀폐형 저장고를 국내·외 제철소들이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다. |
철강업계에 친환경 바람이 거세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에게 배출권을 사도록 강제하는 `탄소배출권 제도`의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굴뚝 산업의 대표주자 철강업계에 친환경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철강업체들은 향후 친환경이 경쟁력을 가늠할 주요 팩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새로 짓는 제철소에 최신 친환경 기술을 접목시키고, 친환경 시설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작년 2월. 포스코(005490)는 업계를 깜짝 놀래킬 만한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안은 쇳물 1t을 생산하는 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기존 2.18t에서 오는 2020년에는 9% 줄어든 1.98t 수준으로 대폭 줄이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와 함께 2018년까지 연료전지, 풍력 및 해양에너지, 생활 폐기물 연료화 등 저탄소 녹색 성장 사업에 7조원을 투자해 연간 10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 같은 온실가스 감축계획은 친환경 고로 기법인 `파이넥스(FINEX)`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하다. 파이넥스는 기존 고로에 비해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먼지(Dust) 등의 배출량이 각각 19%, 10%, 52% 수준에 불과하다. 포스코는 이 기술을 접목시킨 `고로`를 계속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신일본제철과 함께 `함철부산물 처리설비(RHF) 광양공장`도 CDM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공장은 제철소 제선 및 제강공정의 집진 더스트와 폐수처리 설비에서 발생한 슬러지를 연간 20만t 처리할 수 있다. 우루과이에는 현지법인을 만들고 본격적인 조림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의 파이넥스 공법 고로 모습. 포스코는 파이넥스 공법의 고로를 바탕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일 계획이다 |
현대제철(004020)의 당진제철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제철소로 불린다. 제품 경쟁력은 물론, 환경분야에서도 최고가 돼야 한다는 정몽구 회장의 강한 의지의 결실이다. 제철소 곳곳에는 이미 선진국에서 검증된 최신 환경기술을 적용, 각 부문마다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시켰다. 그나마 발생된 오염물질마저 관리시스템을 통해 대부분 제거된다.
비산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인 `밀폐형 저장고`는 당진제철소의 대표적 친환경 시설이다. 철광석과 유연탄 등의 제철원료를 옥내에 보관하는 이 저장고는 다른 일관제철소 뿐 아니라,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발전소· 시멘트 회사 등에서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1고로가 준공된 지 1년이 넘었지만, `밀폐형 저장고`를 보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많은 철강업체 관계자들이 당진을 방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은 거의 100%에 가깝게 재활용된다. 코크스·화성 공정에서 발생하는 콜타르, 조경유, 유황과 같은 화성부산물은 피치, 카본블랙, 벤젠, 톨루엔, 자일렌, 인산질 비료 같은 화학산업분야의 원료로 전량 재활용된다.
고로 및 제강공정에서 발생하는 슬래그 부산물의 경우 슬래그 시멘트나 도로 노반재, 골재 등으로 재활용된다. 연간 354만t에 달해 매년 20평 아파트 6만5000가구를 짓는데 소요되는 골재량을 대체한다. `원료의 저장에서부터 제품 생산 후 폐기물질의 처리`까지 완벽한 친환경 제철소를 구축했다는 평을 끌어낸 것도 이 때문이다.
동국제강과 동부제철 등 전기로업체들 역시 친환경 투자에 나서고 있다. 동국제강(001230)은 노후된 인천의 전기로를 과감하게 폐쇄하는 대신, 저탄소 배출· 고효율의 에코아크(eco-arc) 전기로를 도입했다.
이는 기존 전기로 제강 방식에 비해 30% 가량 에너지 소모량을 줄일 수 있는 혁신적인 공법. 동국제강은 `에코아크 전기로 공법`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술로 등록돼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전기로 제강 방식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지난해 투자가 완료된 당진 후판 공장은 설계 당시부터 친환경성을 고려해 건설하는 등 녹색 성장 발전의 모델을 만드는데 적극적이다.
▲동국제강은 인천공장에 저탄소 배출· 고효율의 에코아크(eco-arc) 전기로를 도입했다 |
이들 공장에서는 철강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TMCP후판, 초고장력 철근 등 에너지 저감형 고강도 경량화 제품군의 비중을 높이며 저탄소 배출의 고효율 초대형 선박과 건축물의 수요에 대응하게 된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말 기준 연간 8만t 이상의 CO2를 감축, 지식경제부로부터 감축실적 인증을 받기도 했다.
동부제철(016380)의 전기로 제철공장은 분진과 소음, 에너지 소비량을 더욱 줄이기 위해 국내 최초로 콘스틸(Consteel) 방식을 채택했다.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고로의 4분의 1수준이며, 에너지 소비량은 3분의1 수준으로 낮췄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전기로 제철은 친환경성과 혁신성이 부각되면서 미래형 제철로 인정 받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의 경우 전체 조강 생산량 중 전기로 제철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어설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