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in]올 한해 외환시장을 뒤흔든 `10대 뉴스`

by신상건 기자
2010.12.28 11:50:33

마켓in | 이 기사는 12월 28일 11시 20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2010년 서울 외환시장은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사건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유난히 부각되면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 PCC-772 천안함
국내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수많은 재료들이 환율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2차 양적완화 정책과 피그스(PIIGS)로 대표되는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악화 우려, 중국에 위안화 절상, 일본 환시 개입 등이 바로 그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 11월 한국이 아시아 최초로 의장국이 된 G20서울 정상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16개월 동안 동결 조치했던 기준금리를 지난 7월과 10월에 각각 인상했다.

삼성생명(032830) 상장과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외환은행(004940) 인수 등으로 대규모 실수요 물량들도 시장에 쏟아졌다. 연말에 금값과 구리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채권 과세와 은행세 도입 등 자본유출입 규제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28일 이데일리는 올 한 해 어떤 뉴스가 시장 참가자들의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는지 `10대 뉴스`를 선정하고 이슈들을 정리해 봤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올 한 해 서울외환시장을 뒤흔든 최대 이슈였다. 지난 3월26일과 11월23일 북한은 두 차례에 걸쳐 우리나라에 군사적인 도발을 단행했다. 특히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민간인 사상자까지 발생하면서 남북간 긴장상태는 극에 달했다.

환율 또한 이 시기에 변동성이 가장 심했고 천안함 사태 이후 환율은 한 달 사이 연고점(1277원, 5월25일)과 연저점(1102.6원, 4월26일)을 모두 기록했다. 연평도 포격 이후 역외NDF환율이 1180원까지 올라 하루 만에 35.4원이 폭등했다.


그리스를 필두로 일명 피그스(PIIGS)로 불리는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악화 우려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리스가 1100억유로 구제금융 자금을 받은 데 이어 아일랜드도 연말을 기해 구제금융 대열에 합류했다. 시장에서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들로의 전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달러대비 유로화 가치가 60% 가까이 치솟은 점도 유로화 사용국의 대외경쟁력 약화를 초래했다. 지난 5월19일 유로-달러는 1.2162달러까지 떨어져 2006년 4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이날 환율은 16.5원이나 급등했다.


미국은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경제 회복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국채 매입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달러화 약세를 촉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반발하는 세력들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것이 더 시급하기 때문에 2009년 3월 1조7000억달러 규모의 1차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하지만 효과가 생각보다 미흡하자 미국은 올해 11월 6000억달러 규모의 2차 양적완화를 실시하기로 했다.

시장의 반응은 1차 때와 달리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시장에 선반영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차 양적완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고 달러화 약세를 이끄는 재료로 여전히 유효하다.




미국의 저금리 정책과 통화 팽창으로 흘러들어오는 외국 자본 유입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은 잇따른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은행세(bank levy)로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은 내년에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은행세란 금융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고 금융회사에 과도한 외화 차입을 막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선물환 포지션 규제와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부활 등의 조치를 내놓았다. 이어 `거시건전성 부담금`이라는 명칭에 은행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급격한 외국 자본 유입이 원화가치를 비정상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에서다. 외채의 만기별로 부과요율을 차등화하는 방식으로 적용될 예정이며 내년 하반기 도입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환율에 단기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M&A자금 등 대형 실수요가 유독 많았다. 특히 삼성생명(032830) 상장과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외환은행(004940) 인수는 외환시장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같은 대형 실수요는 외환시장에 심리적 재료로 영향을 줬지만 실제 수급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삼성생명(032830) 공모 금액은 4조8881억원에 달했는데 이는 당시 하루거래 규모가 50억~80억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삼성생명 상장 관련 외국인 환전수요가 14억~18억달러 가량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나금융지주가 론스타 보유 외환은행 지분(51.02%)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5조원에 육박하는 인수자금의 환전 가능성에도 귀추가 주목됐다. 현대오일뱅크 또한 현대중공업(009540)이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로부터 주식을 취득하기로 하면서 대규모 실수요에 대한 시장의 긴장감을 유발했다.

시장참가자들은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로 실수요의 영향력 약화를 평가했다.


G20(주요 20개국) 서울정상회의가 11월11일~12일 양일 간 열렸다. G7이 아닌 신흥경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G20 회의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최초로 의장국이 된 우리나라는 환율·경상수지·금융안전망·개발 등 글로벌 이슈를 주도했다.

각국 정상들은 경제 불균형을 평가하기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작업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 짓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경상수지 불균형이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조기경보 시스템 도입에 합의했다. 환율 갈등과 관련 `시장 결정적` 환율과 환율 유연성을 제고한다는 문구도 추가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16개월 동안 동결 조치했던 기준금리를 2.00%에서 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미 경제성장과 물가 상승률 등 금리를 올릴 조건들은 충분했지만 한은은 유로존 재정위기와 세계 경제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관들도 금리를 올리라는 신호를 수 차례 보낸 바 있지만 한은의 의지는 굳건했다.

결국 지난 7월 물가상승압력 심화에 대한 선행조치를 이유로 금리를 인상했지만 때늦은 조치라는 여론에 비난은 피할 수 없었다. 이후 한국은행은 이후 부동산과 환율 등을 이유로 4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다시 인상했지만 4%대로 치솟는 소비자물가 상승 상황을 뒤늦게 수습했다는 여론에 지적을 한 차례 더 받기도 했다.


원자재 가격의 고공 행진도 환율에 영향을 줬다. 지난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2월 인도분 금 가격이 온스당 9.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금 현물가격도 온스당 1427.5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값 상승은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수습책이 지연되는 것에 더해 미국에 `3차 양적완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달러화에 비해 상대적인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구리값 역시 칠레 광산의 출하 중단 발표로 사상 최고치까지 상승했다. 유가도 배럴당 90달러대로 오르면서 무역 수지 흑자폭 감소에 따른 달러-원 환율의 새로운 변수로 부각됐다.


지난 9월15일 일본 당국이 2004년 이래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공식 개입했다. 이날 단 한 차례의 개입으로 82.85엔을 기록하던 달러-엔이 순식 간에 85엔 이상으로 속등했다. 당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기자회견을 통해 "과도한 환율 움직임을 억제하고자 시장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일본의 디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고 경제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으로 경제의 흐름을 저해해 일본당국이 더는 이를 간과할 수 없어 직접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은 자국 통화 약세를 통해 수출을 늘리려고 해 일본의 개입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밝힌 바 있다.


올 한해 G20의 양 축인 미국과 중국은 위안화 절상 문제를 놓고 끊임없는 신경전을 벌였다. 미국은 무역불균형을 이유로 절상을 요구하고 있고 중국은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은 중국 경제와 사회적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입장을 표했다.

G20서울 정상회의 등 양 국은 수 차례 협상을 벌여왔지만 결국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위안화 가치는 지난 11월 G20서울정상회의를 앞두고 가파르게 절상되다 이후 오히려 0.4% 절하됐다.

미국은 내년 1월19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미국 방문에서 중국이 얼마나 성의를 표시해 줄지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