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이 불러온 달러캐리, 美경제 골병든다"

by오상용 기자
2009.09.23 11:15:00

추락하는 달러 실효환율 14% 하락
달러캐리 약달러 추세 증폭시킬 것
상품시장 이머징시장에선 버블 초래

[이데일리 오상용기자] 달러가치가 연일 떨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사실상 제로금리에 가까운 저금리정책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정부의 돈풀기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유동성과 저리라는 이점은 달러 빚을 얻어 다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달러캐리트레이드(dollar carry trade)를 부채질하고 있다. 경기 비관론자들은 연준이 불러온 달러캐리가 미국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미국경제를 골병들게 할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주요통화 대비 달러가치 흐름
간밤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나흘만에 다시 하락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1.48달러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치(유로 가치 상승)를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도 0.8039% 하락(달러 가치 하락)한 91.1900엔을 기록했고, 파운드-달러 환율은 0.9151% 오른(파운드 가치 상승) 1.6365달러를 나타냈다.

국가별 무역점유율을 가중평균해 산출하는 달러 실효환율은 지난 3월 이후 14%의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준의 저금리정책 유지로 달퍼표시 자산의 수익률이 떨어진데다,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와 중앙은행의 달러 공급은 계속 늘다보니 달러가치의 하락세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달러 가치 절하와 저금리로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성행할 여건도 무르익고 있다. 이자가 싼 달러 빚을 얻어다 이자가 높은 다른 통화표시 자산에 투자하거나 상품시장에 투자하려는 시도가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달러캐리는 미국 경제의 모습을 어떻게 바꿔 놓을 것인가.



지난 십수년간 제로금리를 유지했던 일본경제를 살펴보자. 일본의 저금리 정책은 내수부양과 산업활동에 별 활기를 불어넣지 못했다. 값싼 엔화는 엔캐리 트레이드 붐을 일으키며 다른 이의 자산을 키우는데만 활용됐을 뿐이다.

▲ Fed 기준금리 흐름

비앙코리서치의 투자전략가인 하워스 심슨도 22일 포천지(紙)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는 "결국 우리는 다른 이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셈"이라며 "우리를 위한 자금 공급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달러 캐리가 비(非)달러 자산가치를 끌어올려 달러약세를 더 부채질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는 원유와 금 등 원자재 상품시장과 신흥시장내 새로운 버블 우려를 낳고 있다.

결국 미국 소비를 살리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풀어놓은 달러가 해외 자산시장의 불만 당기면서 미국 가계는 상품발 인플레이션 위험에 더 깊이 빠져드는 것이다.

포천은 특히 "지금 상황은 1990년대나 2000년대 초반 처럼 미국 경제가 주춤거려도 다른 선진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던 때와는 다르다"고 했다. 다들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각국의 내수부양책이 목표한 경기회복을 불러올 수 있을지, 아니면 더 큰 재앙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올지 불확실한 국면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인들이 이제 이같은 환경에 익숙해져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간)로 예정된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내년까지 계속 제로금리에 가까운 저금리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적어도 향후 수개월간은 달러캐리가 급증할 공산이 커졌다는 의미다.

델타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마이클 펜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돈 풀기에 덕을 본 것은 골드만삭스 같은 공룡은행 정도"라면서 "반면 개인과 중소기업의 신규대출은 아직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로부터 1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고 220억달러어치 정부보증 채권을 발행한 골드만삭스는 실적호조로 다시 보너스 잔치를 벌이고 있지만 소비자 여신은 연율기준 10.5% 감소한 상황이다. 펜토 이코노미스트는 "기운 넘치는 소비회복은 찾아볼 길이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