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억만장자 "런던이 좋아"..속속 집결

by하정민 기자
2007.10.05 14:40:22

인도·러시아·중동 갑부 잇따라 런던行
낮은 세금·역사적 연관성·지리적 근접성 등 원인
부자들 소비에 고급 부동산·미술품 시장 `열기`

[이데일리 하정민기자] "이제 세계 부자들의 수도는 뉴욕이 아니라 런던"

세계 금융의 본거지라는 뉴욕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세계 억만장자들도 속속들이 런던으로 집결하고 있다.

억만장자들의 런던 선호야말로 런던판 월가 `더 시티`가 뉴욕을 위협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 보도했다.

실제 억만장자들의 소비로 런던 부동산, 고가 미술품, 사치품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신용 위기에도 불구하고 런던 부동산 경기가 별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고 진단했다.



현재 영국 10대 부자 중 영국 출신은 불과 3명에 불과하다. 영국 1~2위 부자인 `철강왕` 락시미 미탈과 프리미어리그의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각각 인도와 러시아 출신이다.

메릴린치와 캡제미니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내 금융자산 100만달러 이상의 백만장자 비율은 유럽 전체의 17%를 차지했다. 지난해 영국 백만장자들은 8.1% 증가한 48만4580명을 기록했으며 증가율은 독일이나 프랑스보다 훨씬 높았다.


세계 최대 철강회사 아르셀로 미탈을 가진 락시미 미탈의 재산은 총 193억파운드. 그는 런던 내에서도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켄싱턴에 소재한 1억4100만달러짜리 저택에 거주하고 있다.
 
그의 초호화 저택을 두고 "타지마할이 인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런던에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영국 부동산회사 샐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매각가격 800만달러 이상의 호화주택 구입자 중 외국인의 구매 비율이 65%를 기록했다. 호화주택 10채 중 6채 이상의 주인이 외국인이란 뜻이다.



세계 억만장자들이 런던을 선호하는 이유는 낮은 세금, 역사적 연관성, 지리적 동질성 등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영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영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낸다. 영국 밖에서 아무리 많은 돈을 벌었다해도 단 한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다.
 
반면 미국은 미국 내 거주자이면 외국에서 돈을 벌어들여도 몽땅 과세한다.



인도 부자들의 경우 식민 지배로 인한 역사적 연관성 때문에 런던을 선호한다. 실제 영국 10대 부자 중 인도 태생은 무려 세 명이나 된다.

인도 출신 억만장자 아제이 고얄은 워싱턴 DC, 델리, 모스크바 등 세계 유명 도시에 여러 채의 집을 가지고 있지만 "역사적 연관성이 높은 런던이 가장 편하다"고 말한다.

러시아나 기타 유럽 부자들은 지리적 근접성 때문에 런던을 선호한다.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 아이슬란드 출신 억만장자 쏘르 보르골프슨은 최근 불가리아와 체코 기업 지분을 매각했다. 그는 "어디든 3~4시간이면 갈 수 있어 매우 편하다"며 "아침에 출발해 일을 마무리짓고 그 날안에 돌아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런던의 고급 부동산, 미술품, 개인용 제트기 시장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오는 2010년 완공될 초호화 아파트 `원 하이드파크`의 펜트하우스는 최근 1억6300만달러(약 1600억원)에 팔렸다.

런던 쇼핑가로 유명한 나이츠브리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런던의 `센트럴파크`랄 수 있는 하이드파크를 조망할 수 있는 이 아파트에는 이같은 최고급 펜트하우스가 4채나 있다.

글로벌 신용위기와 노던 락 사태로 영국 집값도 하락 압력을 받고 있지만 런던 시장은 별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많은 전문가들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1년 911 테러 당시 런던 부동산 시장이 하락 후 곧 반등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술품 시장도 뜨겁다. 과거 크리스티 경매장 런던 지점의 매출은 크리스티 뉴욕의 30%에 불과했지만 이제 두 도시의 매출이 비슷하다고 크리스티 측은 밝혔다.

크리스티는 최근 동유럽 부자들을 겨냥해 러시아어와 독일어를 할 수 있는 직원을 대폭 늘렸다. 루블화 강세로 경매장 출몰이 부쩍 잦아진 러시아 부자들끼리 크리스티 안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일도 흔하다.

부자들이 선호하는 개인 제트기, 고급 나이트클럽, 돔 페리뇽과 같은 최고급 샴페인 시장 등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런던의 유명 나이트클럽 크리스탈에는 최근 하룻밤에 21만6400달러(약 2억원)을 쓰고 간 동유럽 부자가 출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