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IF "국내기업 해외차입, 하반기 더 늘 듯"

by황은재 기자
2007.06.07 11:32:44

[이데일리 황은재기자] 국내 기업의 해외 중장기 자금 조달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는 해외의 풍부한 유동성, 한국물 신용프리미엄 감소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당국의 외화차입 규제는 해외차입에 대한 유혹을 더 확대시켰다. 단기차입을 막으려다가 장기차입의 물꼬를 넓힌 셈이다.

해외 차입 증가추세는 올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단기 외화차입 증가에 대한 당국의 우려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만기도래하는 단기차입 자금을 중장기 차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여기에다 잠잠했던 공기업까지 해외채권 발행에 나설 경우 해외 차입은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7일 국제금융센터(KCIF)에 따르면, 올해 1~4월간 한국계의 중장기 해외자금조달 규모는 지난해 137억달러보다 28% 증가한 176억원을 기록했다.



단기 해외 차입에 이어 중장기 해외 자금 조달이 크게 늘어난 데는 우선 올 1~4월까지 만기도래량이 많았던 점이 1차적인 이유로 꼽혔다. 1~4월 중 만기는 지난 2005년 34억8000만달러에서 지난해 56억8000만달러로 증가했고, 올해는 70억9000만달러로 늘었다.

해외조달 환경도 개선됐다. 대외적으로는 주요 금리의 언정세 등 풍부한 해외 유동성,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 감소에 따른 해외 한국물의 신용프리미엄이 하락했고, 대내적으로는 외화자금을 원화로 스왑할 경우 조달비용이 감소했다. [관련기사: 외화차입 규제했더니 외채유입 유혹 더 커져 ]



국제금융센터는 "이 때문에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들의 대출자산 증권화, 후순위채 발행, 브라질 헤알화 채권 발행 등 자금 조달 수단이 보다 다양화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건설사의 해외 수주 증가, 은행의 해외진출 가속화도 해외자금 조달을 촉진했다. 또 기업들의 M&A를 위해 자금 조달처로 외화 신디케이트론 시장을 활용했다. 우리은행, 부산은행, 농협 등은 자기자본비율 제고를 위해 1~4월까지 23억달러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올 하반기에도 해외 차입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현 속도대로 갈 경우 올해 중장기 차입액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6월 30억달러, 9월 23억달러, 11월 39억달러, 12월 28억 달러 등 특정월에 집중된 단기자금의 만기에 관심이 쏠린다. 단기차입이 장기차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및 해외 경기 전망 개선도 외화자금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제금융센터는 "경기회복은 제품 소비를 증가시키고 설비수요를 늘려 자금 조달을 늘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해외투자은행들도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 집중된 차입 주체도 다변화 될 것이란 분석이다. 상반기 중 일반 기업은 KT, LG전자, GS칼텍스 등 일부 우량 기업이 외화채권 발행에 나섰을 뿐, 다른 기업의 발행은 잠잠했다. [관련기사 : 둑터진 해외차입..은행 막으니 이젠 기업이]

또 해외 채권에 대한 청약 수요가 발행액의 3배로 늘어나는 등 한국물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투자 증가 역시 외화채권 발행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는 확대되고 있는 중장기 해외조달에 우려를 나타냈다. 글로벌 유동성의 급격한 위축과 투자자의 위험회피 성향 강화로 시장금리가 오르고 달러화가 강세로 반전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상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디케이트론이나 변동금리부채권(FRN) 비중이 62%에 달해 금리 상승시 이자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또 달러화 조달 비중도 70%에 달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개별 차주 및 관련 당국은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