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수연 기자
2006.11.03 13:20:50
`펀드환매 대란` 비관 시나리오 재등장
분석가들 `성급한 우려` 대세
[이데일리 김수연기자] 지난 해 한국증시는 주식펀드 자금을 등에 업고 글로벌 증시에서 독보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펀드로의 자금유입이 주춤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지난 달부터 펀드 순증액 규모가 서서히 줄어들더니 2주전에는 6개월만에 처음으로 주간단위 감소도 나타났다. 최근 주식형 펀드로의 하루 평균 자금 유입 규모는 100억원~200억원 정도로 올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정도의 자금 공급으로는 외국인 매도를 충격없이 소화해 내기 어려운 수준.
그러나 아직 흐름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난 것은 아니며 작은 `조짐`에 불과한 상황이다. 다수의 분석가들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자금 유출의 불길한 전조로 보는 우려의 시선도 고개를 든다.
2주 전 감소했던 주식형펀드가 지난주에는 다시 718억원 증가하면서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증가 폭은 확실히 줄었다.
조완제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해외펀드가 부각되면서 500억원 이상 크게 증가했음을 감안하고, 재투자로 인한 증가분까지 감안하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실질 증가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산운용협회의 통계 정보에선 해외펀드가 주식형 잔액 집계에 포함된다.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됐던 삼성그룹주 관련 펀드도 지난주 증가 폭이 500억원에 그쳤고, 최근 은행권에서 판매했던 일부 적립식 펀드에서 조금씩 환매가 일어났다.
조 연구원은 이에 따라 "주식시장 수급측면서 주식펀드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관계자는 "어떤 요인에 의해서 주식시장이 꺾이고, 이에 따라 펀드에서 한달만에 20% 이상의 원금 손실이 일어나면 버틸 개인은 없다"며 "이런 경우 펀드 대량 환매 사태가 일어나면서 다시 시장 하락에 불이 붙는 앉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식형펀드가 증가 초기 나오던 `펀드대란` 시나리오인 셈이다. 이같은 우려는 펀드 시장이 승승장구하면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지만 최근 일각에서 재등장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87년 미국의 블랙먼데이 역시 외견상 뚜렷한 이유 없이 오지 않았느냐"며 "주가 급락 사태가 외환위기나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이나 911 테러와 같은 통제할 수 없는 비상사태 없이도 충분히 가능하다" 고 주장했다.
반면 시장 분석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펀드 자금이 충분히 증가했기 때문에 자금증가 속도 정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반응이다. 우려할만한 상황과는 거리가 멀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이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고, 특히 올해 시장에서 우량주 수익률이 부진하면서 우량주 위주로 운영된 펀드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는데, 이 때문에 펀드 자금 유입이 정체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올들어 증시가 계속 1300선에서 맴돌면서 주식펀드 수익률도 신통치 않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 집계에 따르면 수탁액 100억원이 넘는 161개 주식형 펀드의 올해 수익률(10월30일 현재)은 평균 -2.93% 였다. 이는 같은기간 인덱스펀드 수익률 0.15%나 코스피지수등락률 -0.75% 보다도 못한 성적이다.
특히 펀드들이 주로 편입한 우량주 주가가 부진해 수익률이 낮아지자 자연스럽게 자금 유입도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최근의 자금유입 둔화는 부동산가격 불안에 영향을 받았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 1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은 "부동산과 증시의 자금 이동에 관한 정확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양 시장이 단기적으로 대체관계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11월 들어 첫날에는 주식평펀드 자금 유입이 다시 급증, 추세를 짐작키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일 기준으로 주식형펀드 수탁액은 45조억원을 넘어서며 전일대비 7250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한국삼성그룹주펀드`와 `미래에셋디스커버리펀드` 등 대형펀드의 결산에 의한 재투자 영향에 따른 것이다. 결산에 따른 유입액 6500여억원을 제외하면 사실상 700억원 가량이 들어왔다. 재투자 효과를 감안한다 해도 기대 이상의 수준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