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손동영 기자
2000.07.26 19:28:24
26일 외환시장에서 마감 10여분을 앞두고 달러/원 환율이 급락세로 돌변한 이유를 들여다보면 최근 환율흐름의 특징을 알아낼 수 있다.
여러 가지 달러수요요인이 부풀려지는 과정은 환율을 한 방향으로 몰고가려는 시장참가자들의 심리를 반영한다. 반대로 막판 환율을 급하게 끌어내린 달러매도세는 여전한 공급우위 시장상황을 잘 보여준다.
쏟아져나오는 환율상승의 "이유"들을 불안하게 지켜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결국 막판 물량쏟아내기를 통해 공급우위의 현실을 절감했다.
◇환율을 움직인 요인들
이날 환율은 개장초반 외국인의 주식매수세 반전에 고무된 달러매도세력에 의해 1114.60원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오전장 중반을 넘기면서 달러를 사야할 이유들이 속출했다. 대형 투자금융기관들을 중심으로 한 역외세력이 1억달러 이상의 매수세를 형성하며 분위기를 띄웠고 여기에 은행권도 가세했다.
오후들어서 환율은 1116원을 중심으로 밀고밀리는 양상을 지속했다. 물론 전일대비 상승세는 꾸준히 유지됐다. 한전등 공기업의 외화부채 정리관련 달러매수세가 강하다거나, 한국통신의 한솔엠닷컴 인수자금용 달러수요가 일어나고있다거나, 대기업 결제수요가 집중되고있다는 소식들은 모두가 환율상승을 바라는 달러매수초과(롱) 세력들의 의도를 반영했다.
달러/엔 환율의 상승세와 태국 바트화등 동남아통화의 약세도 달러를 사야할 이유로 지목됐다. 현대문제가 여전히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란 점 역시 가세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오후 4시9분쯤 1116.70원까지 오름폭을 확대할 때까지만해도 환율상승은 분명한 대세처럼 보였다. 그러나 마감을 앞두고 달러매물이 갑자기 쏟아지면서 환율은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고 결국 장중내내 지켜지던 전일대비 상승이 하락으로 돌변, 전날보다 30전 낮은 1115.30원으로 거래가 마감됐다.
◇환율흐름의 변화가 감지된다
이날 거래량은 30억달러를 넘어 최근의 거래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처럼 대규모 거래가 수반된 환율하락세였다는 점에서 지난주부터 외환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폭넓게 형성됐던 환율상승기대심리가 이젠 약해질 수 있음을 확인한 셈이다.
물론 환율이 큰 폭의 하락세로 돌변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당분간은 "당국의 관리"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국의 의지를 반영하는 공기업의 달러매수여력은 충분하다. 환율급락을 결정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이다.
외국인의 증시동향도 중요한 변수다. 순매도와 순매수가 엇갈리는 종잡을 수 없는 행보가 지속되는 한 외환시장이 외국인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적어도 환율상승이 아직은 대세가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히 확인한 셈"이라며 "수출기업의 네고물량이 집중된다는 월말요인까지 감안하면 당분간 환율상승세는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졌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문제가 은행권의 무제한 자금지원으로 수면아래로 잠복하는 분위기도 환율이 하락세로 반전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고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