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없는 파이낸셜스토리 달성”…SK이노, ‘그린사업’에 5년간 30조 투자
by김정유 기자
2021.07.01 09:30:00
1테라와트 수주 잔고 배터리 중심 그린 포트폴리오 강화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다양한 석유화학 사업모델 전환 추진
넷제로 달성 본격 추진, ESG위원회 등 지배구조 개선안도
김준 사장 “2025년까지 그린 자산 비중 70%로 확대할 것”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이 과거 ‘탄소 중심’ 사업에서 향후 ‘그린 중심’ 사업으로 정체성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공개했다. 배터리를 중심의 그린(Green)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석유화학 사업에서도 친환경 사업 모델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5년까지 총 30조원을 집중 투자, 현재 30% 정도인 그린 자산 비중을 7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김준 총괄사장, 김종훈 이사회 의장 등 전 경영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Story Day)’를 열었다고 1일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는 2017년 혁신 방향 제시, 2019년 혁신 실행 전략 발표에 이은 세 번째 행사로, 혁신 완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김 총괄사장 등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이 이날 밝힌 파이낸셜 스토리의 핵심은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이다. 탄소 중심의 사업 구조를 앞으로 그린 중심 사업 구조로 탈바꿈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그린 포트폴리오 강화 △화학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 전환 △넷제로 조기 달성 등 3가지 전략을 내세웠다.
|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스토리 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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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배터리 수주 잔고가 ‘1테라와트 +α(알파)’에 달한다고 공개했다. 그간 1테라와트 이상을 수주한 곳은 글로벌 상위 2개사 정도 였는데, SK이노베이션까지 총 3개사로 늘어난 셈이다. 1테라와트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던 2017년 5월 60GWh 보다 약 17배 늘어난 것으로 한화 환산시 130조원 이상이다. 진행 중인 수주 프로그램이 완성되면 수주 잔고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는 “내년 말에는 월 판매량에서도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이라며 “SK는 가장 안전하고, 가장 빠르게 충전하고, 가장 오래 쓸 수 있는 배터리를 추구하고 있고 특히 안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다. SK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서 화재사고가 한번도 없었던 이유이자, 수주가 급격히 증가한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생산규모도 현재 40GWh 수준에서 2023년 85GWh, 2025년에는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EBITDA(상각전영업이익) 기준 올해 흑자를 달성하고 2023년 1조원, 2025년 2.5조원까지 각각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터리 핵심소재인 분리막 역시 자회사 상장 성공을 계기로 현재 14억㎡인 리튬이온전지분리막(LiBS) 생산 규모를 2023년 21억㎡로 키운 후 2025년에는 현재의 3배인 40억㎡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 총괄사장은 “올해 기준 3000억원 수준인 분리막 사업의 EBITDA를 2025년 1.4조원까지 키워 이 사업에서만 ‘조 단위 EBITDA’ 시대를 만들어 그린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육성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도 그간 축적된 정유 공장 운영 기술을 바탕으로 총 54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등 기술개발에 한창이다. 자체 개발에 성공한 수산화리튬 회수기술도 내년 중 시험생산을 시작, 오는 2024년엔 상업생산에 나서고 2025년 기준 연간 30GWh의 배터리를 재활용해 약 3000억원의 EBITDA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사업부 형태인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 사업에 대해서도 분할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 총괄사장은 “SK이노베이션은 그린 포트폴리오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지주사 역할에 중점을 둬 그린 영역에서의 연구개발(R&D)과 새로운 사업개발 및 M&A 등을 통해 제2, 제3의 배터리와 분리막 사업을 발굴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 분야에서도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을 가속화한다. 김 총괄사장은 “궁극적인 목표는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No Footprint Left Behind)”이라며 “’SK종합화학이 생산하는 플라스틱 100%에 해당하는 물량을 재활용하는 순환경제 모델을 완성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중심으로 ‘폐플라스틱으로 다시 석유를 만드는 도시 유전’ 사업 모델을 도입하기로 했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플라스틱은 유리, 강철 등에 비해 생산 과정에서는 친환경적이지만, 리사이클 비율이 낮은 것이 문제”라며 “재활용과 친환경 소재기업으로서 플라스틱 이슈를 위기가 아닌 성장 기회로 삼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간 자체 확보한 역량을 기반으로 오는 2027년 기준 국내외 생산하는 플라스틱 100%인 연간 250만t 이상 재활용, 사용량 저감 및 재활용 가능 친환경 제품 비중 100% 달성 등을 추진키로 했다”며 “SK종합화학은 2025년 그린사업으로만 EBITDA 기준 6000억원 이상을 창출, 전체 1.1조원 중 벌반을 넘겨 기존 사업을 앞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석유사업에선 탄소발생 최소화를 위해 운영 체질을 개선해나가기로 했다.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수송용 연료 생산을 감축하는 대신 석유화학 제품 생산 증대, 탄소 포집·저장 기술 개발, 바이오 신재생 에너지 사업 등 다양한 방식들을 추진키로 했다. 주유소도 ‘그린 플랫폼’ 개념으로 전환, 전기와 수소를 판매하고, 친환경차 대상 구독모델 도입 등도 검토할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설명회에서 온실가스 넷제로를 2050년 이전에 달성한다는 목표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공개한 넷제로 로드맵은 △아시아 기업 최초로 감축 목표 구체적 제시 △2050년 내 넷제로 달성(배터리, LiBS의 경우 2035년 조기 달성 목표) △매각 방식 아닌 실질적인 친환경 투자를 통한 넷제로 달성 지향 등이 골자다. 김종훈 이사회 의장은 “넷제로 추진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회사의 기후변화 대응 성과를 CEO의 평가 및 보상과 직접 연계하기로 했으며, 이는 SK이노베이션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SK이노베이션은 거버넌스(Governance) 개선안도 공개했다. 핵심은 이사회의△CEO 평가·보상·승계 등에 대한 의사결정권 보유 △이사회 모든 안건에 대한 ESG 리스크 사전 검토 의무화 △글로벌 컴플라이언스와 사업 리스크의 컨트롤 타워 기능 강화 등이다.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신설하고, 이사회 모든 안건에 대해 ESG 관점의 리스크를 사전 검토하는 절차를 만들었다. 또한 CEO 직속으로 있던 감사실을 감사위원회 산하로 재배치하는 등 체제도 정비했다. 김 의장은 “파이낸셜 스토리를 성공적으로 실행하고 ESG 경영을 가속화하기 위해선 선진 지배구조 구축이 가장 필수적”이라며 “이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회사 전략 방향성 설정, 실행을 관리 감독해 SK이노베이션의 스토리가 흔들림없이 완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괄사장은 이날 발표를 통해 “2017년부터 시작한 딥 체인지와 혁신을 이제는 완성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할 시점인 만큼, ESG경쟁력을 기반으로 이사회,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파이낸셜 스토리를 완성할 것”이라며 “그린 중심 성장을 위해 ‘25년까지 지난 5년간 투자의 2배가 넘는 총 30조원을 집중 투자할 방침이며, 그 결과로 현재 30% 수준인 그린 자산 비중을 70%까지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