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전날도 어김없이…'올빼미 공시' 꼼수 기승

by김대웅 기자
2019.08.15 16:16:45

반기보고서 마감·징검다리 연휴 앞두고 악재 공시 쏟아져
상장폐지 결정·실적 부진·피소 소식 등 다양
"규제 수위 높여야 실효성 있을 것"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금융당국의 근절 의지에도 ‘올빼미 공시’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상장사들은 반기보고서 제출 마감일이자 광복절 징검다리 연휴를 앞둔 지난 14일 늦은 오후 악재성 공시를 쏟아냈다. 실효성이 낮은 기업 명단 공개를 넘어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과 같은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는 유가증권시장 소속의 상장사가 989건, 코스닥 상장사가 1316건의 공시를 쏟아냈다. 마감일을 맞은 상장사들의 반기보고서 제출이 다수였지만 혼란한 틈을 타 악재성 공시를 내놓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우선 일부 기업들은 늦은 오후 공시를 통해 상장폐지 사실을 알렸다. 이미 지난해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 정지 중인 파티게임즈(194510)는 이날 오후 6시가 넘은 시간에 공시를 올려 올 상반기 역시 의견거절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파티게임즈는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모다(149940) 역시 같은 과정을 거쳐 상폐에 이르게 됐다.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중단된 데코앤이(017680)는 마감 시간 직전에 반기보고서를 제출했지만 감사보고서가 아닌 검토보고서만을 첨부하면서 애초 부여받은 개선 기간과 무관하게 즉각적인 상폐 절차에 들어가게 됐다.

마감 시간이 임박한 시점에 반기보고서를 제출하면서 부진한 2분기 실적이 눈에 띄지 않길 바란 곳도 적지 않았다. 이들 기업이 제출한 반기보고서에서 2분기 실적만 떼어놓고 보면 수익성이 특히 부진했다.

아모텍은 2분기 영업손실이 9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고, 쌍용차는 2분기 영업손실이 491억원에 달했다. LS산전은 2분기 영업이익이 434억원에 불과해 전년 대비 33% 감소했고, 세화피앤씨 역시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2억원으로 58% 급감했다. 와이지원, 유진기업 등도 전년 대비 큰 폭의 영업이익 감소세를 보였다.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대규모 주식 담보제공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슬그머니 알린 곳도 있다. 삼양옵틱스(225190)는 최대주주인 엘케이에이투홀딩스가 금융기관으로부터 630억원의 대출을 받으면서 보유 지분 68.21% 전량을 담보로 맡겼다고 공시했다. 조이시티(067000) 역시 최대주주인 엔드림이 100억원을 차입하는 과정에서 보유 지분 16.99% 전량을 담보로 설정했다고 공시했다.

일부 상장사들은 부산한 가운데 자금조달 사실을 뒤늦게 공시하기도 했다. 나인컴플렉스(082660)는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255억원 규모의 주주우선공모증자를 진행한다고 이날 오후 공시했다. 데일리블록체인은 1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고, 퓨전데이타와 퓨쳐스트림네트웍스, 이엑스티는 전환사채(CB) 발행 결정 소식을 느즈막이 알렸다.

이 틈에 피소 소식을 공시한 곳도 있다. 골프존뉴딘홀딩스(121440)는 손자회사 데카인터내셔널의 불법 행위를 이유로 미국 골프 장비업체로부터 2437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했다고 공시했다.

연휴와 반기보고서 마감을 앞두고 악재성 공시가 대거 쏟아지자 당국의 규제 수위가 보다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기업에 불리한 정보를 늦게 알리는 올빼미 공시를 한 기업을 공개하고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 내용을 재공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1년간 2회 이상 또는 2년간 3회 이상 올빼미 공시를 한 기업의 명단이 공개하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들의 고질적인 불성실공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표준 공시모델 개발에도 본격 나선 상태다. 거래소는 이번 연구를 통해 코스닥 상장사의 공시역량과 취약점을 진단하고 중소벤처기업에 최적화된 표준 공시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여전히 올빼미 공시와 불성실공시 문제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렇자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해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차례 적발돼야 명단을 공개하는 정도로는 기업들의 악용 의지를 꺾을 수 없을 것”이라며 “보다 직접적이고 강력한 패널티를 줘야 꼼수 공시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