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규제 직격탄에...강남 재건축시장 찬바람 ‘쌩쌩’

by김기덕 기자
2017.07.02 13:20:40

환수제 부활·주택 공급 수 제한 등에 매물 늘어 
은마·잠실주공5단지 등 한달새 수천만원 시세 ↓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경[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이달 3일부터 강화될 부동산 대출 규제를 앞두고 서울 재건축 시장이 바짝 얼어붙었다. 매입 문의가 확 줄면서 가격도 약세다. 

게다가 내년부터 부활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지난 6·19 부동산 대책에 담긴 재건축 조합원 주택 공급 수 제한 등 잇단 악재로 재건축 시장이 한동안 침체의 늪에서 허덕일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3일부터 청약조정지역 40곳 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에서 60%, 총부채상환비율(DTI)은 60%에서 50%로 각각 강화된다.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재건축 조합원 주택 공급 수도 기존 최대 3가구에서 1가구(60㎡이하일 경우 2가구)로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9~10월 중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안을 시행한 이후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하는 단지부터 재건축 분양 가구 수를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현재 사업승인 인가를 신청하지 못한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단지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서초구 서초동 진흥아파트·잠원동 신반포 2·4차,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신천동 장미아파트 등이다.

이미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에서 정비계획안이 통과하고 건축심의 등을 거쳐 사업시행인가 통과를 목전에 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송파구 잠실동 진주, 미성·크로바아파트 등은 한숨 돌린 상황이다. 건축심의를 통과한 이후 사업시행인가를 받는데까지는 보통 두 달 가량의 기간이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잠실주공5단지 등 아직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재건축 단지는 조합원 분양 1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가구에 대해서는 현금청산을 받거나 관리처분계획 인가 전까지 잔여 가구 아파트를 팔아야 한다. 송파구 잠실동 L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미 투자 목적으로 남편과 부인, 자녀들까지 같은 재건축 아파트를 보유한 경우가 있는데 꼼짝없이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며 “이런 매물들이 크게 늘면서 시세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했다.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형은 이달 현재 14억8000만원 선으로 한달여 만에 호가(집주인이 팔려고 부르는 가격)가 4000만원 가량 빠졌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형도 지난달 중순 13억6000만원대에서 거래되던 것이 재건축 사업이 더뎌지면서 13억원 선으로 보름 새 6000만원 가량 시세가 하락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잠실주공5단지는 지난달 중순 열린 소위원회에서 지적한 보완사항을 제출하면 이달 첫째주나 셋째주에 열리는 도계위 본회의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며 “은마아파트는 조합들이 여전히 일반주거지역에 49층의 초고층 건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추가 유예에서 부활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상황에서 하반기 중 조합원 물량이 쏟아지면서 가격 거품이 더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8월 발표할 예정인 가계부채 종합대책에도 강력한 규제안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올 하반기 금리 상승 가능성과 입주 물량 폭탄, 정부의 추가 규제 등의 악재까지 감안할 때 당분간 재건축 시장 위축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