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병원, "구매 프로세스 전환에 주목해야"

by이순용 기자
2015.01.29 09:39:32

국립중앙의료원, GPO 도입으로 구매예산 및 건보재정 절감
김재원 의원, 적십자병원 적자해결 방안으로 구매대행 도입제시
도입과정, 의료기관 및 정부 담당자 인식부족과 허가 절차 까다로워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만성 재정난을 겪고 있는 국공립병원들이 경영개선을 통한 경영 정상화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립중앙의료원의 구매절감 사례가 병원경영 개선 및 건보재정 절감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공공병원의 경우 일반 환자는 물론 의료보호대상자와 같은 취약계층, 결핵 등 특수 질환자, 보훈대상자, 산업재해 환자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공익적 진료사업으로 인해 수익성이 저조할 수밖에 없으며, 병원의 경영성과 또한 매우 낮은 현실이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 때문에 공공병원은 공익성과 경제성의 동시 추구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 앞에 놓여있다. 최근까지도 소위 공공 의료기관의 ‘착한 적자’에 관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국립중앙의료원(NMC)의 절감 사례는 공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병원의 수지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 동시에 보험품목의 경우 평균 10~15%까지 절감할 수 있어 건보재정을 효율화 한다는 두가지 측면에서 최근 부채와 적자가 심각하다고 보고된 적십자 등 공공의료기관들의 경영 효율화에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김재원 의원(새누리당)에 따르면 적십자병원의 부채는2010년 1,155억원 에서 2013년 1,437억원으로 최근 4년간 15.6% 증가하였고, 누적적자 역시 2010년 586억원에서 2013년 686억원으로 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별 부채현황은 서울병원이 400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인천병원 351억원, 상주병원 311억원, 통영병원 149억원, 거창병원 123억원 순이다. 김 의원은 적십자병원 전체 누적적자의 43%를 차지하는 ‘서울병원의 개선계획 컨설팅결과’를 인용, △낮은 의료 효율성 △적자 진료과 존치 △구매 비효율성 등 3가지 원인을 지목했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환자진료시간 확대 △공공의료과를 제외한 강도 높은 수익구조 개선 △구매대행 도입 등 3가지 해법으로 제시했다.

주목할 점은 바로 세 번째 해결방안으로 제시된 ‘구매대행 도입’이다. 김재원 의원의 이 같은 구매 프로세스 전환 해법제시는 국립중앙의료원 사례에서 적중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최근 의약품, 진료재료, 의료장비, 검사재료의 구매 프로세스를 GPO를 통한 구매로 전환하여 진행한 결과 종전 가격 대비 7.7%인 23억원의 구매예산을 절감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의약품의 경우 성분별 분류 및 단,복수 최적의 그룹핑 통해 수급 안정화 확보에 주력하는 동시에 진료재료는 타 기관의 인증된 선정 제조사를 복수 검토했고, 단수의 고가 의료장비 경우에도 가격DB를 활용한 가격비교 검증 시스템으로 가격 인하를 유도한 결과이다.

구매대행의 효율성 사례는 비단 NMC 뿐만 아니다. 강원도재활병원 역시 GPO를 통해 진료재료 구매를 실시한 결과 자체 구매가 대비 28%의 예산을 절감했다.



구매대행은 의료기관 경영개선과 동시에 건보재정 절감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국립중앙의료원은 의약품, 진료재료, 검사재료 등 각 계정의 보험상한가 총액 253억에서18.3%, 금액으로는 46억원 이상 절감된 207억 원에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재정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2010년 감사원의 국립대학교병원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결과 보고서도 같은 맥락을 유지하고 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구매사무를 위탁하였던 서울대병원의 경우 낙찰률이 무려 74.68%를 나타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공립병원이 구매대행을 통한 구매프로세스로 전환할 경우, 보험상한가 대비 절감률이 평균10~15% 가량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특히 구매계정 중 가장 금액과 거래규모가 큰 의약품의 경우 최대25%까지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나, 구매대행이 건보재정 절감의 주요 방안으로써도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절감 및 개선 효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공립의료기관이나 지방의료원의 경우 여전히 구매프로세스 전환에 소극적이다.가장 큰 이유는 관련 정책 담당자들의 인식 부재와 의료기관이 구매대행을 도입하기까지의 허가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의 성격에 따라 허가과정에서 복지부, 교육부 등 주무부서와 기획재정부의 교차 승인이 필요하기도 하고, 행자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주무부서에 따라 탄력적으로 승인 및 허가를 통해 의료기관의 효율성을 제고 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규제 일변도의 태도를 보이는 주무기관도 있다.

관련 법률 역시 기타공공기관 계약사무 운영규정이나 기타공공기관 혁신에 관한 지침, 지방계약법, 지방자치단체의 출자 출연에 관한 법률 등이 혼재돼 있다.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의료기관 구매담당자들의 이해 부족과 관행, 관련 의료기관의 태도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의 경우와 같이 공공병원의 경영지표가 될 의미 있는 사례가 제시되고 발굴 되었다면 이에 대한 적극적인 도입을 검토하고 기존의 관행을 과감하게 전환하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병원의 경영개선은 물론 건보재정의 효율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타공공기관에 속하는 의료기관의 경영평가 방식에 대한 논란 속에 구매업무와 같은 직접적 의료행위 이외의 분야에서 효율화를 극대하고 낭비적 요소를 최소화해 나가는 노력이 시급하다.

국공립병원의 구매프로세스 전환에 대한 효율성이 검증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본격화 하기 위해서는 보건의료 관련 정책 담당자들의 인식 확대 및 주무부처의 절차간소화 및 의료기관 구매 담당자들의 적극적인 태도 변화가 과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