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문창극‥'사퇴불가' 연이틀 격정토로

by김정남 기자
2014.06.20 11:29:55

문창극, 20일 출근길에서도 사퇴불가 입장 고수

[이데일리 김정남 조진영 기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연이틀 격정적으로 ‘사퇴불가’ 입장을 강하게 피력한 것은 정치권에서 불거진 자진사퇴 압박에도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여의도 정치권의 관심에서도 멀어지면서 고립무원에 빠지자, 스스로 적극 해명해 난관을 돌파하려는 뜻도 읽힌다.

특히 연일 자신의 ‘친정’이자 ‘전공’인 언론을 향해 서운함을 토로하는 점도 주목된다. 문 후보자는 자진사퇴 촉구 분위기가 흐르는 여야 정치권보다 연일 언론을 두고 “서운하다” “답답하다”고 토로해왔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0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취재진에게 자신의 심정을 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 후보자는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10분 가까이 적극 해명했다. 전날 오후 퇴근길에 20분 넘게 ‘격정토로’를 한 이튿날에도 본인을 둘러싼 의혹을 강하게 해명한 것이다.

문 후보자는 이날 ‘개인적인 소명의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어제 소명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은 국회 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이니 정홍원 총리님이 질의·응답하는 것을 공부해야 한다”면서 “혹시 인사청문회에 가게 돼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될 테니 그것을 보는 것 자체가 공부다”라고 말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문 후보자는 또 기자들에게 자신의 가방을 들려주면서 “얼마나 무겁냐. 이거 다 읽어야 한다. 저를 이해해 달라”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도 적극 해명했다. 문 후보자는 일제강점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에 대한 일본정부의 입장이 이날 발표되는데 대해서는 “이건 제가 너무너무 답답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야권 등에서는 문 후보자를 식민사관 소유자로 규정하고, 만약 인준된다면 일본의 고노담화 흔들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어서다.

문 후보자는 이어 “위안부 문제는 반윤리적 범죄행위다. 일본은 온 세계가 다 분노하고 있는 반인륜적 범죄행위도 사과를 안 하려고 하지 않느냐”면서 “제 본심은 진심으로 사과해라, 배상문제는 차후의 문제라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인사청문회 통과를 낙관하느냐’는 질문에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사무실로 들어가, 국민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는데 대해 복잡한 심경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실제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사흘간 전국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6월 넷째주 정례조사를 보면, 문 후보자가 총리로서 적합하느냐는 질문에 9%만이 적합하다고 봤다. 적합하지 않다는 응답은 64%였다.

문 후보자의 이같은 의지와는 달리 여의도 정치권도 점점 그를 외면하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문 후보자에 대해 ‘감싸기’에서 ‘버리기’ 모드로 접어들었다. 이날 오전 열린 새누리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는 문 후보자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불과 나흘 전만 해도 “청문절차와 과정이 지켜지는 게 성숙한 민주주의”(이완구 원내대표)라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등을 돌린 것이다. 여권 지도부는 문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입장이 사실상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문 후보자에 대해 이미 ‘회생불가’ 판정을 내린 상태다. 공세의 방점이 문 후보자에서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 등으로 넘어가고 있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인사는 총체적으로 낡은 인사인데, 그 가운데 3분(문창극·김명수·이병기)은 결단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자는 일단 박 대통령이 귀국하는 21일까지는 출퇴근 메시지 형태로 사퇴불가 입장을 피력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박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재가하지 않는다면 문 후보자로서도 딱히 방법이 마땅치 않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박 대통령과 교감이 있은 후 자진사퇴하는 쪽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