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우리는 썩는 쥐포 팔아요"
by최승진 기자
2012.07.27 11:00:00
(휴먼) 명품식탁 만든 이기환 대표
화학첨가물 뺀 4無 식품으로 30억 매출
30대 실장님 잘 나갔지만 `창업`으로 새도전
`돌 위에서도 3년` 되새기며 시련 극복 "해외진출 꿈꿔"
[이데일리 최승진 기자] “반갑습니다. 이기환입니다.” 동그란 검정색 뿔테 안경, 고급스럽고 단정해 보이는 셔츠에 깔끔한 청바지를 더한 캐주얼룩. 이기환 더블피쉬커뮤니케이션즈 대표(40)의 첫 인상은 ‘괴짜’의 느낌이 아닌 ‘지적인 멋쟁이’였다. 20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서울신기술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이 대표는 잘나가는 금융맨에서 국가대표 먹거리만 모아놓은 식품 전문 온라인쇼핑몰 대표로 변신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직장 11년차인 지난 2008년 말 자신만의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회사를 나왔다. 이 때 그의 보직은 미래에셋 그룹브랜드전략실장. 한 마디로 정상의 시점에서 모든 것을 내던진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직장생활에서 큰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증권업계 최연소 홍보팀장을 거쳐 미래에셋 전 계열사의 국내외 브랜드마케팅을 총괄하는 위치까지 승승장구하던 그가 갑자기 개척자가 되는 길을 택하자 주변에선 권유보다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를 이끈 원동력은 ‘한살이라도 젊을 때 원했던 것을 해보자’였다. 어린 시절 위인전보다 성공한 사업가들의 이야기를 적은 책을 읽고 꿈을 키워온 그였기에 이러한 만류에도 겁내지 않았다.
하지만 나만의 사업은 생각만큼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 더욱이 특별한 계획 없이 무작정 시작한 탓에 수많은 시행착오도 겪었다. 그러던 중 만화 ‘식객’의 원자료 제공자이자 유명 맛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황교익씨와의 우연한 만남은 그에게 새로운 인생길을 열어줬다.
| 이기환 대표는 직장 11년차인 지난 2008년 말 자신만의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회사를 나왔다. 이후 만화 ‘식객’의 원자료 제공자인 황교익과 우연히 만났고 가치 있는 식품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직감해 명품식탁을 선보이게 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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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황교익씨와 대화를 나누면서 가치 있는 식품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직감했다. 이를 사업으로 연결시켜보자는 생각에 운영하고 있었던 친환경 전문 쇼핑몰인 두더지몰의 작은 코너로 명품식탁을 선보이게 됐고 이후 독립시켜 식품 전문 온라인쇼핑몰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기환 대표는 명품식탁 사업으로 올해 30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개인사업을 시작하면서 지난 2년간 적자 인생을 걸어왔던 그에게 이 사업 아이템은 흑자 인생의 단 맛도 제시했다. 최근에는 명품식탁을 따르는 팬들도 생겼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면서 어려울 때마다 책상위에 써 붙인 ‘돌 위에서도 3년(石の 上にも 3年)’이란 일본 속담을 보며 꿈을 향해 한발씩 앞을 내딛었다. 이 속담은 아무리 딱딱하고 차가운 돌 위에라도 3년 앉아 있으면 따뜻해지듯 무슨 일이든지 참고 견디면 성공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운 좋게도 모든 것이 잘 풀렸죠. 하지만 사업을 시작한 뒤 2년 동안은 결코 쉽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죠. 하지만 이를 악물고 앞 만보고 달렸더니 3년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주변에서 알아봐주기 시작하더라고요. 올해 초에는 백화점에서 먼저 전화를 걸어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제의도 했어요.”
그는 인터뷰 도중 비닐백에 담긴 쥐포를 가지고와서는 “썩고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일반 쥐포와 달리 MSG, 합성보존료, 인공향료, 합성착색료 등 4가지 화학 요소를 넣지 않았다는 이 쥐포는 그에게 명품식탁의 가능성을 처음 제시한 상품이자 가장 기억에 남는 상품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황교익 선생님의 추천을 받고 그 길로 4무(無) 쥐포를 상품화하기 위해 경남 삼천포로 달려갔어요. 하지만 막상 기술을 갖고 있는 생산자분을 만났더니 좋은 국산 어육을 써야하는데다 매실 등 천연 재료로만 맛을 내면 단가가 올라 싼 값에 밀려드는 베트남 쥐포와 경쟁이 안 된다며 난색을 표하시더라고요. 결국 4시간 동안 설득해 상품화했고 명품식탁 매출의 60%를 혼자서 차지하는 대박이 났죠.”
그는 다른 업체가 쉽게 넘볼 수 없는 명품식탁의 가장 큰 자산으로 ‘생산자’와 ‘상품’을 꼽았다. 이를 갖출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겸손함’이라고 했다.
“명품식탁에서 활동하고 있는 생산자분들을 돈은 안 되는데 홀로 힘든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이 대다수에요. 이런 분들에게 어설프게 접근해서 ‘대기업에서 왔는데 함께 일하실레요’라고 하면 마음을 열지 않아요. 먼저 인간적인 교감을 쌓는 것이 중요하죠. 광고주 시절 대접을 받으면서 생활했던 기억이 떠올라 생산자를 광고주 모시듯 해야겠다는 생각에 상품 기획안 자료를 만들어서 노트북으로 현장 브리핑을 했더니 아주 좋아하시더라고요. 이해가 되던, 안 되던 겸손하게 다가서려는 자세에 기분 좋으셨던 거죠.”
이기환 대표는 “자신의 인생 7막 중 현재 3막을 걷고 있다”며 “앞으로도 도전하는 인생을 살 것”이라고 했다. 인생 3막의 핵심인 명품식탁 사업과 관련해서는 “온라인 외에 오프라인 사업도 꿈꾸고 있다”며 “해외 진출 계획도 잡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사업 초기 4무(無) 쥐포로 대박이 나자 식품사업이 쉽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갑자기 우리나라 인근에서 쥐포의 원료인 쥐치어가 안 잡혀 생산이 중단되더라고요. 식품이란 게 머리 속으로 전략을 생각해놔도 하늘이 안 도와주면 안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런 와중에 일 년 만에 상품이 재입고 되자 몇일만에 품절됐어요. 남들 같았으면 불확실성에 쉽게 포기할 만한데 이러한 부분이 재미있네요. 게다가 가치 있는 식품이 더욱 인정받을 것이란 확신이 있기에 앞으로도 힘을 내 사업에 매진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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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72년 서울에서 2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는 지난 1998년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한 뒤 씨그램코리아(現 디아지오코리아) 마케팅팀 브랜드매니저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이트레이드증권 마케팅팀 대리, 미레에셋증권 광고팀장, 미래에셋 그룹브랜드전략실장을 거쳐 현재 명품식탁을 운영하는 더블피쉬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