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원년]SKT, `갤럭시·콸콸콸로 한숨 돌렸다`

by함정선 기자
2010.12.29 11:18:36

아이폰에 이슈 선점당해
갤럭시S·데이터무제한으로 시장흐름 돌려놔
"그래도 1위"..`망·콘텐츠·노하우` 경쟁력 주목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각 통신사들의 `숫자`만 놓고 본다면 SK텔레콤(017670)은 1위의 자리를 지켰다.
 
300만명 이상의 스마트폰 가입자를 확보해 통신사 가운데 가장 많은 스마트폰 가입자를 보유하게 됐으며, 전략폰인 갤럭시S도 200만대 이상 판매되는 등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이 성적을 자랑스럽게 내세우지 못한다. 그동안 이동통신시장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리더십을 보여왔으나, 스마트폰은 외부 이슈에 끌려다니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새로운 시장을 대비한 전략으로 시장을 이끌지 못하고, 브랜드와 마케팅 능력으로 간신히 방어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이 지난 1년 얻은 `값비싼 교훈`은 향후 강력한 시장 리더십을 되찾는데 디딤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것이 경쟁사들이 걱정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 SK텔레콤의 속이 까맣게 탔다. 아이폰을 도입한 KT가 무섭게 스마트폰 가입자를 끌어모으는 것도 그렇지만,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이슈를 선점당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동통신 시장에서 가입자뿐 아니라 이슈와 트렌드도 함께 선도했던 SK텔레콤이다. 아이폰이 들어온 지난해 11월부터 삼성전자의 `갤럭시S`가 출시된 6월 말까지 경쟁사의 `바람몰이`를 바라보며 손을 놓고 있어야 했으니 SK텔레콤의 답답함은 컸다.

아이폰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모토로라의 `모토로이`를 2월 초 선보였지만, 성적은 초라했다. 기대했던 5만대 예약판매는커녕, 정식 출시 후 5월까지도 4만대 판매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기대를 걸 수 있는 것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였지만, SK텔레콤의 기대와 달리 출시일이 조금씩 늦춰졌고 6월 말에 겨우 제대로 된 스마트폰 전략 단말기를 선보일 수 있었다.

비록 갤럭시S 출시 이후 무제한 데이터 등으로 하반기 시장의 흐름을 되돌려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스마트 원년` 총평가는 좋지 않다.

이를 증명하듯, SK텔레콤은 최근 인사를 통해 대표를 교체하고 기존 조직을 개편했다. 이는 아이폰에 대한 부족한 대응에 대한 문책으로 해석되고 있으며, 새로운 수장과 조직으로 2011년 스마트폰 시장에 대비하겠다는 뜻이다.

▲ SK텔레콤은 아이폰을 앞세운 KT의 스마트폰 이슈 선점에 데이터 무제한으로 대응했다.


스마트 원년의 이슈 선점을 KT에 빼앗겼지만, 숫자로 본 SK텔레콤의 올해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지난 6월 말부터 판매한 갤럭시S의 가입자는 200만명을 돌파했고, 무제한 데이터 출시로 망 이슈를 선점했다. 아이폰 돌풍에도 불구, 50% 이상의 이동통신가입자 전체 시장 점유율도 방어했다.

이는 스마트폰 시장을 보다 빠르게 분석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린 덕분이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를 중심으로 특화된 마케팅을 펼쳤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기기뿐 아니라 콘텐츠에도 민감하다는 사실을 고려, SK텔레콤만의 핵심 콘텐츠로 승부를 펼치기도 했다.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T맵`을 스마트폰에 무료로 제공하고, 기기에 따라 음악 콘텐츠인 `멜론`을 1년 무료로 제공하는 등 공세를 펼쳤다.



또한 부족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콘텐츠 확대를 위해 애플리케이션 제작을 지원하고, 안드로이드 관련 교육 기관도 꾸렸다.

무엇보다 SK텔레콤이 빠른 시간에 스마트폰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한 전략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일명 콸콸콸요금제)다.

SK텔레콤은 KT의 와이파이(무선랜)존 확대 전략에 맞서 월 5만5000원 이상 요금제 사용자에게 3G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는 요금제를 발표했고, 스마트폰 데이터 이슈에서 앞서나갈 수 있었다.

지난 8월 시작된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는 10월에 이미 150만명을 넘어섰으며, SK텔레콤의 사용자당 매출 상승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 SK텔레콤 스마트폰 가입자 추이


SK텔레콤이 일단 갤럭시S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로 시장 흐름을 돌려놨지만, 내년부터 어떤 전략으로 시장을 리드해 나갈 것인지 주목받고 있다.

우선 관심은 올해 선보인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문제없이 운용하는 일이다.

SK텔레콤은 태블릿PC인 `갤럭시탭`을 출시하며 여러 기기로 데이터를 나눠 사용하는 `데이터 쉐어링` 서비스에 무제한을 제외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SK텔레콤은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 출시 후 3G망 속도가 느려졌다는 평가도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4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를 내년 7월부터 상용화할 계획이다. 또한 경쟁사에 비해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와이파이존 확대에도 다시 나서 올해 말까지 1만7000개를 구축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내년 7월 LTE 상용화를 목표로 차질없이 망 고도화 준비를 하고 있다"며 "향후 3년 동안 30배 트래픽이 증가해도 이를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은 스마트폰 시장 `리더` 이미지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T맵, 멜론과 같은 스마트 기기 관련 콘텐츠의 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