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中 관세인상·수입규제시 韓 주식시장에 부정적"

by이은정 기자
2021.03.25 09:05:52

NH투자증권 보고서
25일 EU 정상회담, 대중국 제재 강화 우려 부각
"中자산동결·투자협정지연시 주식시장 영향은 제한적"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유럽연합(EU)과 중국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EU의 대중국 수입품 관세 인상 또는 수입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주식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5일(현지시간) EU 정상회담에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과 EU 관계 정상화와 중국·러시아에 대한 외교 정책에 대해 논의, 선진국의 대중국 제재 강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이날 NH투자증권은 EU가 시행할 수 있는 대중국 제재 시나리오 중 △중국의 자산동결 및 입국제한 △EU-중국 투자협정 지연은 주식시장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EU의 대중국 수입품 관세 인상 또는 수입 규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했다.

(사진=AFP)
앞서 EU는 지난 17일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문제를 언급하며 대중국 제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22일에는 EU 외교 장관 회의에서 위구르족 인권 침해에 관여한 중국 당국자 4명과 단체 1곳에 대한 입국금지 및 자산동결을 시행했다. 이에 중국은 자국의 주권과 이익을 침해했다며 EU 인사 10과 4개 단체에 입국금지로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우선 EU의 대중국 수입품 관세 인상 또는 수입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김화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경우 중국 역시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2018년과 유사한 글로벌 밸류체인 약화, 글로벌 교역량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이는 제조업 신흥국인 한국 주식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김 연구원은 “하지만 EU와 중국의 무역갈등으로 심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본다”며 “유럽의 대중국 교역 비중이 16%까지 증가하며 중국은 EU의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EU-중국 무역갈등은 EU와 중국 경제에 모두 부정적이며, 이는 유로화 및 위안화 약세, 달러 강세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미-중 분쟁에서 시작된 갈등 때문에 EU·중국 양측이 모두에게 불리하고 미국에만 유리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EU가 중국 자산동결·입국제한 제재를 가할 경우에 대해 김환 연구원은 “미국-EU간의 범대서양 협력체제를 재확인하는 데 의의가 있는 정치적 제스처. 이 수준의 제재가 경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EU가 위구르 인권 문제를 빌미로 투자협정 비준을 지연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EU와 중국은 지난해 말 포괄적투자협정(CAI)을 맺고 유럽의회의 비준을 준비 중이다. CAI의 구체적인 합의문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장기적으로 EU의 중국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김환 연구원은 “CAI에 대한 외신의 평가는 EU는 경제적 실익을 얻은 반면 중국은 정치적 명분을 얻었다는 것인데, 다만 CAI는 미국의 불만과 EU 내부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며 “CAI의 성과가 중국의 자율적인 약속 이행에 의존한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중 1단계 무역합의도 중국의 약속 이행에만 의존하여 원활하지 않은 상황인데, EU 또한 이러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EU는 인권 문제를 빌미로 투자협정 비준을 지연해 대미 외교관계를 개선하고 내부 반발을 해소하는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김 연구원은 이들 시나리오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그는 “EU-중국 투자협정은 아직 여기서 파생되는 편익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나 실망을 논하기는 이르다”며 “오히려 유럽이 상호 간에 손실을 강요하면서까지 미-중 갈등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 확인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보며, EU의 선례는 한국이 미-중 관계를 중립적으로 다루는 데 긍정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