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설계 당선작 놓고 '시끌'.. 왜?

by박민 기자
2018.05.22 14:37:38

재건축 단지 최초 국제 공모 진행
서울시 디자인 차별화 주장과 달라
조합원 획일적 박스형 설계에 ‘호불호’
‘민주’ 광장 해석 놓고 조합 의견 분분
“자칫 시위 장소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재건축 설계 공모 당선작. (조합 총회 자료)
[이데일리 박민 기자] 서울 한강변에 최고 50층 높이로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의 국제현상 설계공모 당선작이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애초 차별화된 설계를 위해 국내 재건축 단지 중 최초로 국제현상설계 공모까지 진행했지만 막상 결과물은 다소 평범하게 느낄 정도의 획일화된 박스 형태의 아파트 단지 설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또 ‘민주적으로 열린 공공마당’이라는 설명이 붙은 단지 앞 광장은 자칫 시위 장소로 변질하는 게 아니냐는 뒷말까지 조합 안팎에서 무성하다.

업계에 따르면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은 최근 조합원들에게 배포한 ‘2018년 정기총회’ 안내 책자를 통해 국제설계 현상공모 당선작을 공개했다. 책자에는 당선작의 각 동별 배치도, 조경, 커뮤니티 등의 단지 설계를 비롯해 송파대로·올림픽로 및 한강 변에 맞닿아 있는 외부 구간에 배치된 보행로 등의 공공시설에 대한 디자인이 담겨 있다. 일부 조합원들이 이를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온라인상에서도 공유됐다.

이번 당선작은 국내 유명 건축가인 조성룡 도시건축 대표의 작품이다. 조성룡 대표는 ‘아시아선수촌아파트’와 ‘올림픽공원 소마미술관’, ‘선유도공원’ 등을 설계한 건축가다. 그는 이번 국제설계공모에서 1단계를 거치지 않고 2단계 지명팀으로 참여해 1등으로 선정됐다. 공모를 위해 조합에서 총 30억원의 자금을 댔지만 당선작 선정은 서울시가 위임을 맡아 진행했다.

특히 당초 지난 3월 당선작을 공개 발표가 예정됐지만 서울시가 갑작스레 비공개 전환하면서 베일에 감춰져 있었다. 일각에선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작 공개로 집값 상승에 불을 지필까 우려해 공개를 꺼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당선작이 조합 내에서 공개되자, “잠실사거리 주변을 국제도시로 만들기 위해 차별화된 디자인을 도입하겠다”고 주장했던 서울시의 주장과 달리 최종 당선작이 네모 반듯하게 설계돼 별다른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지적 등이 잇따르고 있다. 이로 인해 최종 당선작을 수정하거나 아예 최종 당선작을 거부하고 차순위 작품 중에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나오고 있다.

또 단지 앞에 조성하는 광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민주’라는 문구에 대한 해석을 놓고 조합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당선작은 지하철 잠실역에서 단지로 이어지는 잠실사거리에 ‘잠실 광장’을 배치하면서 ‘민주적으로 열린 공공마당이자 주변 경관을 즐기는 무대’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민주광장’이라는 이름의 공간을 배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부와의 개방성이 자칫 시위 공간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잠실주공5단지 설계공모 당선작을 놓고 부정적 기류가 확산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그간 이 아파트가 재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서울시의 입맛에 들지 않아 숱한 ‘퇴짜’를 맞다 보니 이번 설계안도 광장문화와 공동체 등을 중시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색깔’이 어느 정도 반영되지 않았겠느냐 하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구설수에도 재건축사업은 속도가 생명인 만큼 일단 최종 당선작을 받아들이고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의견을 수렴하는데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