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공화국, 러시아 귀속 승인유력..서방과 갈등 최고조

by이정훈 기자
2014.03.16 16:13:52

크림반도 주민투표 마무리..러에 귀속 승인할듯
병합절차 신속 개시..서구권 "불법 인정못해"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크림 자치공화국 주민들이 우크라이나로부터 분리, 독립해 러시아에 귀속하자는 결정을 승인할 것이 확실시된다.

주민투표를 하루 앞두고 크림반도 인근에 군사 공격을 감행한 러시아가 크림공화국을 병합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서방세계가 이를 `불법`이라며 맞서고 있는 만큼 향후 정세에 대한 우려도 커지게 됐다.

크림 자치공화국은 러시아 귀속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16일(현지시간) 오전 8시(한국시간 오후 1시)부터 시작했다. 투표는 오후 8시(한국시각 27일 새벽 1시)까지 12시간에 걸쳐 진행된다. 전체 주민 200만명 가운데 18세 이상 유권자 150만명을 대상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독립해 러시아에 귀속할 것이냐, 그렇지 않으면 우크라이나에 머물러 있되 독립된 주(州)로 남을 것인가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투표 결과는 17일에 최종 발표된다.

다만 첫 개표 결과는 선거 당일 공개되며 크림 주민들은 러시아 귀속이 압도적으로 지지할 것이 유력시된다. 크림반도는 러시아계가 주민 60%를 차지해 주도권을 잡고 있으며 우크라이나계가 24%, 타타르계가 15%다. 타타르계는 병합에 반대하지만, 주민 대다수인 러시아계가 친서구 노선의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에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콘스탄티노프 크림 자치공화국 의회 의장도 주민의 80% 이상이 러시아 귀속에 찬성한다고 주장한 바 있고, 미국 정부 내에서도 비슷한 예상이 나오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일단 러시아 귀속안이 주민투표를 통과하면 크림 자치당국은 즉각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독립적 주권국가로서 국가 간 합의에 따라 러시아에 합병을 요청하게 될 것이라고 이타르타스 통신은 전했다.

앞서 콘스탄티노프 의장은 귀속 절차를 이달내에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러시아 하원은 투표 결과가 나온 후인 21일부터 크림 병합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15일 비탈리 추르킨 주유엔러시아대사는 “크림반도 주민들은 민족 자결권이 있으며 우리는 16일 투표에서 나타나는 주민들의 의지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혀 병합 강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아울러 지난주 전(全)러시아 공공여론센터가 조사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러시아 국민들의 국정 지지율은 71.6%로, 지난 2012년 푸틴의 정계 복귀 이후 최고 지지율을 기록한 만큼 푸틴으로서도 다른 선택이 어려워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서방세계가 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아네르스 로프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이번 주민투표는 우크라이나 헌법과 국제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며 “투표 결과는 법적 효력이나 정치적 정통성을 갖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지난 15일 크림반도 내 군사적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날 러시아군 60여명은 헬기를 타고 남부 헤르손주(州)의 해안 마을인 스트렐코보예에 공중 침투했다. 러시아는 작전에 4대의 헬기와 3대의 장갑차를 동원했다.

이와 관련, 이고르 테뉴크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대행은 “우크라이나 무장군이 즉각적으로 반격을 다해 러시아군을 격퇴했으며 우리는 러시아의 군사도발을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러시아군이 마을을 점령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네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대행도 이날 의회에 출석, “현재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며 “이는 과장된 표현이 아니며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 위협은 실제 사실”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