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암호 푸는 열쇠 `그림`

by오현주 기자
2011.09.09 13:47:01

영화 속 미술관
정준모|312쪽|마로니에북스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15세기 완성된 이탈리아 원근법의 과학적 실현`? 이 장황한 설명의 표제어는 `영화`다. 그런데 관객은 개인이다. 다큐멘터리든, 판타지든, 아방가르드든 사실 감독의 의도와는 별개로 영화는 개인의 영역이 된다. 그러나 메시지를 부각할 수는 있다. `그림`을 통해서다. 때론 상징으로, 때론 연기자로 그림은 영화에 적극 개입한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을 지낸 미술평론가가 제시한 `미술언어로 영화 읽기`다. 미술과 영화 두 장르를 오가며 쌓아올린 문화이해의 틀로 읽으면 된다.



책이 의도한 것은 영화 속에 숨은 미술의 기호학을 파헤치는 거다. 미술이 은유나 비유로 활용되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 예는 적잖다. 영화 `올드보이`에는 앙소르의 `슬퍼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입은 웃으며 눈은 울고 있는 이 그림은 주인공의 비극을 상징했다. 또 영화 `노팅힐`에선 두 남녀 주인공이 대화를 나누던 식탁 뒤로 샤갈의 `결혼`이 보인다. 이는 이들이 갈등 끝에도 종내는 행복한 결말을 향해 날아갈 미래에 대한 힌트다.